신생기업 투자 몰려…'제2 벤처 열풍' 기대
음식물처리기업체 스핀즈는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았다. 산업은행은 대출이 아닌 투자 형태로 이 회사 지분 20%를 취득했다. 스핀즈는 연구개발(R&D)과 영업망 확충 등에 이 돈을 투입했다. 스핀즈 관계자는 “지난 5년간 제품 개발에만 매달려 매출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이전인데 지분 투자를 받아 중장기 사업계획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밀고

올 상반기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벤처투자에 몰린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2013년 5월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시작으로 10여차례 벤처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산업은행과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까지 앞다퉈 벤처투자에 나섰다.

최근에는 모태펀드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20조원을 벤처육성에 투자하기로 하는 등 보다 강력한 지원책까지 발표했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에 총액의 40~70%를 출자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조성한 펀드 규모인 10조508억원보다 투자를 두 배 이상 늘려 벤처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태펀드가 출자할 경우에만 한국벤처투자조합(KVF)을 결성할 수 있었다. 민간자금 유입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인수합병(M&A), 세컨더리펀드 등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해 모태펀드 출자 없이 KVF 결성을 허용하기로 했다.

김영수 벤처기업협회 전무는 “투자 대상을 못 찾은 시중 자금이 초기 벤처(스타트업)와 벤처기업에 몰리고 있다”며 “올 들어 바이오 등 일부 기업 주가가 코스닥시장에서 급등하자 투자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 기업 ‘데스밸리’ 완화 전망

투자액 증가와 함께 주목받는 부분은 창업 후 3~7년차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이들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2869억원으로 전년 동기 1595억원에 비해 80% 늘었다.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1%에서 30%로 증가했다.

창업 기업들은 3년쯤 지나면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는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건너야 한다. 기술과 제품을 개발했지만 사업화가 안 돼 매출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다. 작년 창업 기업은 8만4697개로 200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생존율이 낮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에서 벤처를 창업한 지 3년 이상 된 기업의 생존율은 41%로 OECD 17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IT·전자상거래 투자 확대

업종별로는 정보통신과 전자상거래 등 서비스업 투자가 확대된 것이 특징이다. 소프트웨어·모바일·정보기술(IT) 등 정보통신 분야 투자액은 2607억원으로 전년 동기(1861억원) 대비 40.1% 늘었다. 도소매·전자상거래 등 서비스업 부문에도 1566억원이 투자됐다. 1년 전보다 150% 이상 급증한 것. 이는 정보통신에서 소프트웨어 및 정보서비스, 서비스업에선 컨설팅 등 전문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안재광/이현동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