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벤처 활성화, 상생형 M&A에 달렸다
한국의 미래는 상생형 인수합병(M&A) 활성화에 달려 있다. △한국의 성장과 고용은 벤처창업에 달려 있고 △벤처창업은 엔젤투자 활성화에 달려 있으며 △엔젤투자 활성화는 회수시장에 달려 있다는 게 그 논리적 근거다. 결국 M&A시장 활성화가 관건이다.

청년 창업을 저해하는 요인 1위는 ‘신용불량의 공포’로 조사됐다. 엔젤 투자가 활성화되면 융자가 투자로 대체되면서 연대보증으로 인한 신용불량 문제가 사라진다. 창조경제연구회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엔젤투자라는 ‘혁신의 안전망’이 갖춰지면 젊은이들의 벤처창업이 6.6배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엔젤투자 활성화는 M&A라는 회수시장 형성이 관건이다.

이번에 발표된 ‘7·9 벤처대책’에서도 정부가 M&A 활성화를 위해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데 M&A활성화는 수많은 정책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했고, 이번에도 획기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저변에는 M&A에 대한 두 가지 결정적인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첫째, 국민들의 인식이다. 창조경제연구회가 지난 6월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일반인들의 62%는 M&A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술벤처를 제값 주고 M&A하면 기술벤처의 창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재벌 집중화를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는 M&A를 확대하면서 국내에서는 M&A를 확대하지 못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다음카카오가 ‘김기사’를 인수한 것같이 시장을 가진 대기업이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M&A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좋은 M&A와 나쁜 M&A를 나눠 생각해 봐야 한다. 두 개의 은행이 합병해 늘어나는 이익은 매출 확대보다는 비용 절감에서 비롯된다. 통합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그 비용이 이익으로 환입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조정형 M&A는 가치창출이 아니라 인원감축으로 이익을 내므로 사회적으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된다. 기술벤처와 대기업이 결합하는 상생형 M&A는 매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상생형 M&A를 통해 대기업은 낮은 비용으로 혁신을 얻고 벤처기업은 글로벌 시장을 얻으며 엔젤 투자가는 투자 회수를 하는 ‘윈·윈·윈 구조’인 것이다.

둘째, 대기업의 공정거래다. 사람 빼가기, 기술유출과 같은 편법 혹은 불법이 아니라, 정당한 가격을 주고 사오는 공정거래가 절실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직원 10명에 불과한 인스타그램사를 페이스북이 1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인수했다. 한국에서라면 10명의 직원을 예컨대 10억원씩 주고 빼오면 100억원이면 충분하다. 서울의 한 모바일 소프트웨어 회사는 애써 육성한 스마트폰 앱 개발 인력들을 대기업에 빼앗기고 사업을 접었다. 벤처기업의 14%가 핵심인력 유출의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영업비밀 유출이라는 불공정거래가 실리콘밸리에서는 발생하지 않는가. 징벌적 배상제를 포함해 엄격한 공정거래 제도가 확립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를 해체하면 실리콘밸리가 무너진다고 하는 주장을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적용을 전향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과 벤처의 상생형 M&A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의 벤처 인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단 공정한 거래 질서만큼은 확실하게 확립해야 한다.

이민화 < KAIST 초빙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mhleesr@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