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조 외환은행장 "조기통합 실패땐 구조조정 불가피"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6일 “하나은행과의 통합이 지연되면 독자생존이 위협받고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을 직원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이제는 통합 시너지를 바탕으로 시장 선도은행을 만들 것인지, 통합을 미루고 고강도 경영쇄신과 구조조정을 동반한 흡수합병을 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외환위기와 카드사태 때 각각 2583명, 474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듯 상황이 악화되면 자산 매각과 인위적 인력감축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또 올해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이 7800억원가량으로 예상되고, 4개 연도 평균 충당금 수준인 4800억원을 제외하면 부실여신 흡수 여력이 3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D등급으로 분류된 여신 규모가 1조원에 달해 이 중 30%만 부실화돼도 적자를 걱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직접 설득 나선 CEO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이날부터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위해 직원 설득에 나섰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노동조합에 제시한 협상 시한인 이날까지 노조가 대화에 응하지 않자 독자 행보에 들어간 것이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대구경북영업본부 직원들을 시작으로 8일까지 전국 영업본부와 그룹 계열사 직원들을 만나 설득하기로 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외환은행 본점에서 직원 설명회를 연 데 이어 7일엔 강동·동부·중앙본부, 8일 강남·강서·서부본부 직원들과 간담회를 한다. 김병호 하나은행장도 8일까지 하나은행 직원들과 간담회를 연다.

○“노조와 대화노력은 계속”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에 직원들 앞에 서게 됐다”며 “외환은행의 맏형으로서 조기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직원들이나 선배들에게 나는 영원히 ‘바보’라는 질타를 받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 행장은 “그만큼 외환은행 조직과 직원들에게 통합은 꼭 필요하다”며 “‘이제는 통합에 합의해야 한다’는 걸 노조가 느끼게 하기 위해 직원들과 소통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행장은 교착 상태에 빠진 노조와의 대화에 대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김근용 노조위원장이 지난 5일 직원들의 스마트폰으로 보낸 동영상 메시지를 언급하며 “노조의 발언 내용이 훨씬 좋아졌고 입장도 점점 바뀌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동영상 메시지에서 “금융산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통합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추진해야 하는 사항이며 무기를 버리고 협상에 나설 수는 없는 일인 만큼 노조를 믿고 단결해달라”고 조합원들에게 당부했다.

금융권에서는 노조와의 대화가 계속 지지부진하면 이달 중순 이후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금융위원회에 통합 예비인가 승인신청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