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연호 석달…'스피드 경영' 힘 받는다
중국 내수시장 침체로 기계업계가 전반적 불황에 빠진 가운데 취임 3개월을 맞은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사진)이 조직 체질 개선작업에 나섰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게 체질 개선의 핵심이다. ‘보수적인 문화로 인해 의사결정이 늦는 경향을 보이는 기계업계가 위기를 돌파하려면 의사결정 을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는 게 손 사장의 생각이다.

“빨리, 더 빨리…” 스피드 경영

19일 두산인프라코어에 따르면 손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항상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개척하려고 한다”며 “변화 없는 조직이나 개인은 도태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조직원 각자가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동시에 조직 전체적으로도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도록 체질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취임 뒤 회의 때마다 “우리(두산인프라코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을 빠르게 해야 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산업계의 기술과 트렌드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만큼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라도 속도가 중요하다’는 게 손 사장의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손동연호 석달…'스피드 경영' 힘 받는다
손 사장은 직원들과의 소통도 확대하고 있다. 직원들과의 대면 접촉을 늘려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그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최고경영자(CEO)와의 대화’ 행사를 마련했다. 손 사장은 이 자리에서 “리더에게서 진정성을 느끼면 직원들은 따라오게 돼 있다”며 “이를 위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을 자주 하겠다”고 밝혔다. 또 “CEO와의 대화를 연 2회에서 4회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인재 양성’ 역시 손 사장이 강조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그는 “후배를 훌륭하게 키우는 게 결국 내가 성장하는 길”이라며 “후배를 성장시키면 내가 하는 일의 범위가 커지고, 회사 전체로 볼 때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손 사장은 1989년 옛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약 25년간 기술 관련 분야에서 일한 엔지니어 출신 CEO다. GM대우 기술연구소장과 한국GM 기술개발부문 부사장 등을 지냈다.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 기술본부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2월 CEO가 됐다.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까

업계에서는 손동연식 체질 개선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 7조6886억원, 영업이익 45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6%가량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2.6% 늘었다.

영업이익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시장 컨센서스(증권업계 추정치 평균)에는 못 미치는 실적이다. 완벽한 ‘부활’을 위해서는 조직문화 전체를 바꿔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매출 1조8004억원, 영업이익 710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를 밑돌았다”며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인) 밥캣과 공작기계 및 엔진사업부의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중국 굴착기 업황이 나아지면 실적 개선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매출 8조40억원(전년 대비 4.1% 증가), 영업이익 5100억원(전년 대비 12.6% 증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