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설연휴·신학기 소비심리에 악영향"
"성장률 전망치 하향 가능성도…금리인하 압력 커질 것"


연말정산 부담 증가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번 연말정산 결과가 내수 회복에 새로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투자업계와 민간 연구기관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13월의 월급'을 기대해온 봉급생활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연말정산이 세금폭탄으로 드러나면서 이에 따른 부담이 설 연휴와 신학기 특수를 앞두고 간신히 살아나려는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어 '제2의 단말기유통법'(단통법)과 같은 내수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민간 연구기관 등의 전문가들은 연말정산 충격 등의 여파로 내수 회복이 늦춰질 경우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기업 성과가 좋지 않아 연초 성과급도 줄어들 마당에 '연말정산에서 오히려 돈을 더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직장인들이 분노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취약해서 연초부터 소비자 심리가 좋지 않으며, 연말정산 때문에 더 나빠질 수도 있다"며 "연말정산 논란이 성과급 축소와 결부돼 1분기 소비 위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봉급생활자들이 연말정산 환급을 감안해 소비를 앞당겨서 하는데 환급액이 적어지면 당연히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소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번 연말정산 개편을 통해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커지고 저소득층 부담이 작아지면 소득 분배 효과는 억지로나마 있기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봉급생활자는 통상 예년 연말정산 결과를 갖고 환급 규모를 예상해 지출 계획을 세우거나 한 해 동안의 적자를 메우곤 한다"며 "이번에는 내 주변에서도 연말정산을 해보고 지출 계획을 취소한 사람들이 여럿"이라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 등으로 2∼3월부터 소비 지표가 분명히 좋아질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이번 연말정산 결과가 신학기 개학과 설 연휴를 앞두고 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홍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통상 2∼3월에 연말정산에 따른 환급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정산 결과가 설 연휴의 소비 심리를 상당 부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말정산은 '13월의 추징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연말정산 부담이 작용할 경우 설 연휴 특수 역시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어 1분기 유통업 전망에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번 연말정산 논란 등을 계기로 각 기관들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낮춰지고 한국은행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앞서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9%에서 3.4%로 낮추면서 단통법 시행 등으로 인해 작년 4분기 성장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영준 센터장은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이달과 달리 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연말정산 영향 등의 부담이 더 커져 기준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교보증권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6%보다 낮출 필요성이 생길 수 있어 2분기에 하향 여부를 살펴볼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국제 유가 급락 등의 부정적 요인들을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소득 증가 정체와 세수 결손의 반복 등으로 소비·투자의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보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기존(3.7%)보다 대폭 낮춘 바 있다.

삼성증권은 내수 전반의 하락 위험 현실화와 수출 부진 심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한은이 예상한 성장률 3.4%마저 달성하기 어려우며 향후 한은 경제 전망이 더 낮춰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김지연 임수정 기자 jhpark@yna.co.krcherora@yna.co.kr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