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잠정치)이 3년 만에 가장 적은 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을 발표한 7일 직원들이 서울 서초동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잠정치)이 3년 만에 가장 적은 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을 발표한 7일 직원들이 서울 서초동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실적 쇼크'] 갤럭시S4 '밀어내기' 직격탄…中저가폰·애플 협공에 속수무책
삼성전자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휴대폰 사업 경쟁 구도가 격화되면서 수익 감소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하강 속도가 빨라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0조100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1년 만에 반토막 이하로 뚝 떨어지면서 앞으로 실적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털고 4분기 실적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적 악화 주범은 스마트폰

3분기 실적 악화의 결정적 요인으로는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중저가폰 시장에서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삼성전자도 이에 대응해 판매 단가를 낮추거나 보조금을 대폭 늘렸고, 그 결과 수익성이 악화됐다.

삼성전자는 7일 잠정실적 공시에서 사업 부문별 실적을 내놓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원 안팎에 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작년 3분기 6조7000억원에 달했던 IM부문 영업이익이 올 2분기 4조원대로 줄어든 데 이어 3분기에 또 절반가량 급감한 것이다.

이 같은 급격한 실적 감소의 배경 중 하나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출시한 갤럭시S3가 대히트를 치자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유통업체들이 지난해부터 후속작인 갤럭시S4와 갤럭시S5 주문을 대거 늘렸지만 예상만큼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고가 쌓였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갤럭시S4를 중심으로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은 대부분 유통업체에 밀어내기를 하라고 준 보조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구원투수 역할을 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였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다 PC, 서버 등의 수요가 늘면서 판매 호조가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 덕분에 수익성 측면에서 최악의 상황을 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분기도 반전 불확실

문제는 4분기 이후 경영 여건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애플은 4분기부터 신제품인 아이폰6·아이폰6플러스를 전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아이폰6 시리즈에 처음으로 대화면을 채택하며 삼성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다.

중저가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 외에 무시 못할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급하는 구글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휴대폰 시장인 인도 시장에 100달러짜리 저가 스마트폰을 내놓기로 했다.

“4분기에도 경쟁사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중저가 가격 경쟁 심화 등으로 IM사업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사 측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4분기 영업이익도 4조4000억~4조5000억원대에 그칠 것”이라며 “스마트폰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당분간 의미있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돌파구 찾기 부심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선 신성장 동력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바이오, 의료기기, 태양광, 자동차용 2차 전지 등 5대 신수종 사업의 사업화를 최대한 서두르고 수익성을 장담할 수 있는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평택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맥락의 일환이다. 또 인력 재배치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본사 지원인력 15%(150여명)를 수원사업장 등 현장에 배치했고 무선사업부 내 소프트웨어 인력 500여명을 다른 사업 부문으로 전환 배치했다.

주용석/정지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