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캐피탈·제조업계 사이에 대립 심화

지난해 4조5천억원이 넘는 시장 규모에 이용자가 15만명에 달했던 '복합할부금융'의 존폐를 두고 여신업계가 날 선 공방을 벌인다.

17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카드·캐피탈·자동차 제조업계와 시민단체, 학계 등이 참여한 가운데 복합할부 금융상품 존폐를 둘러싼 쟁점에 대한 비공개 간담회를 갖는다.

복합할부금융은 고객, 자동차 제조업체, 캐피탈사 뿐 아니라 카드사가 계약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일반할부금융과 구별된다.

고객이 캐피탈사로부터 대출(오토론)을 받고, 카드사는 캐피탈사의 대출 승인을 확인해 고객에게 '임시 한도'를 부여하고서 구매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반면, 일반할부금융은 고객이 캐피탈사에 할부를 신청하면 캐피탈사가 자동차업체에 구매대금을 주고, 고객으로부터 일정 기간에 걸쳐 이자와 함께 대금을 분할 상환받는다.

2009년 롯데카드와 아주캐피탈이 제휴해 복합할부 상품을 처음 출시한 이후 현재 6개 카드사와 7개 캐피탈사(KB, JB우리, 아주, BS, 하나, 메리츠, KDB)가 제휴해 복합할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작년 복합할부 취급액 규모는 현대카드가 1조5천500억원(34.5%)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카드 1조2천500억원(28.0%), 신한카드 6천600억원(14.8%), KB국민카드 3천600억원(8.1%), 롯데카드 3천600억원(8.1%), 우리카드 2천400억원(5.4%), 하나SK카드 500억원(1.1%) 등이다.

복합할부와 일반할부는 고객이 카드사가 아닌 캐피탈사에 대금을 상환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고객으로서는 복합할부 금리가 일반할부 금리보다 1% 포인트 가량 낮아 유리하다.

카드사들이 제조업체로부터 받는 가맹점 수수료(1.9%) 이윤을 통해 복합할부 상품에 금리 인하와 캐시백 형태로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영업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복합할부를 취급하는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자동차 복합할부는 여러 종류의 자동차 구매 결제수단 가운데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이라며 "이를 폐지하면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과 선택권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복합할부 상품에는 불필요한 가맹점 수수료가 발생하면서 시장 교란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현대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인 자동차 제조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이를 카드사, 캐피털사, 자동차 판매직원이 분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합할부를 취급하는 카드·캐피탈사는 자동차 일반할부 시장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독과점적인 구조를 공고히 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유익이 없었다면 연간 이용자 15만명에 4조5천억원이라는 시장이 형성됐겠나"라고 물으면서 "복합할부가 폐지되면 소비자 금리 인하 혜택은 사라지고 현대캐피탈의 독과점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반문했다.

복합할부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판매를 실질적으로 중단한 것은 작년 6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업무 기준 위반으로 기관경고와 과징금을 부과받은 직후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복합할부 실적을 본업인 일반할부 실적으로 계리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업계끼리의 대립은 심화하는 양상이다.

금융연구원은 이날 이런 쟁점을 포함해 법규 위반, 소비자 권익, 공정경쟁 및 시장질서 측면에서 주제 발표를 한다.

다만, 금감원이 공개적으로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듣고 다수의 의견을 청취해야 할 자리를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사실을 두고 당국이 이미 방향을 정해놓고 구색 맞추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복합할부금융 폐지 방침을 밝혔다가 중소 캐피털사의 항의에 직면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