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전력 생산의 38%를 차지하는 엑빈발전소 내부. 6기 터빈 중 2기가 고장나 1년 이상 서 있다. 김현석 기자
나이지리아 전력 생산의 38%를 차지하는 엑빈발전소 내부. 6기 터빈 중 2기가 고장나 1년 이상 서 있다. 김현석 기자
“집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발전기 돌리는 데 매년 2만5000달러나 씁니다.”

나이지리아에서 만난 조홍선 대우오토랜드 사장의 말이다. 라고스 빅토리아아일랜드의 부촌에선 집집마다 시끄러운 디젤발전기가 돌아간다. 전기가 들어온다지만, 하루 여덟 시간만 공급되고 그나마 수시로 끊기는 탓에 자체 발전을 하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에선 전기 수요는 급증하는데, 발전 용량이 못 따라가는 데다 운영능력도 떨어져 이 같은 자체 발전이 흔하다. 실제 2011년 기준으로 발전용량은 9099㎿지만 실제 발전량은 40% 수준인 3800㎿에 그친다. 전기 때문에 제조업체도 클 수가 없다. 막대한 자가발전 비용 탓에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어서다.

이 때문에 조너선 굿럭 대통령은 2013년 나이지리아전력공사(PHCN)를 민영화했다. 송전부문만 국가가 소유하고 발전소 6개와 배전회사 11개를 매각했다. 발전·배전소를 사들인 민간회사들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발전소 운영을 외국에 맡기고 있다. 한국전력과 서부발전은 이렇게 현지 사하라그룹과 계약해 지난해 11월부터 나이지리아 최대 발전소인 엑빈화력발전소 운영을 맡았다.

빅토리아아일랜드에서 보트를 타고 오군강을 건너니 거대한 굴뚝이 모습을 드러낸다. 1320㎿ 규모로 국가 전체 발전량의 38%를 담당하는 곳이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220㎿짜리 가스터빈 6개 중 2개가 멈춰서 있다. 수리할 능력이 없어 1년 이상 가동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민영화 이전엔 공무원인 임직원들이 서둘러 고칠 이유도 없었다.

한전은 운영을 맡자마자 인력 800명 중 200명을 줄였다. 또 터빈 수리를 시작하고, 한국에서 정비인력 20여명을 데려와 투입했다. 염규철 한전 나이지리아법인장은 “한전은 2018년까지 5년간 운영해주고 3억1500만달러를 받는다”며 “현재 발전효율이 30% 정도인데, 이를 34%까지 올리면 계약액 외에 보너스도 받는다”고 말했다.

작년 말엔 라고스 이케자 지역의 배전 기술자문 사업도 맡았다. 컨설팅만 해주고 1200만달러를 번다. 송배전 손실률이 40%인데, 이를 20%대로 낮추는 게 목표다. 한국은 손실률이 5%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한전은 배전설비, 계량기 60만대 등을 국산 제품으로 쓰도록 할 계획이다.

한전의 운영능력을 확인한 사하라그룹은 제2의 엑빈발전소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력시장은 이처럼 점점 커지고 있다. 예미시 타요-아보아바 나이지리아 SC은행 법인영업헤드는 “발전민영화로 전기 사정이 조금씩 개선되며 제조업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고스(나이지리아)=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