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유리천장’ 깼다 > 국내 처음으로 여성 은행장에 내정된 권선주 기업은행 부행장이 23일 금융위원회의 임명 제청 직후 사무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은행 ‘유리천장’ 깼다 > 국내 처음으로 여성 은행장에 내정된 권선주 기업은행 부행장이 23일 금융위원회의 임명 제청 직후 사무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권선주 기업은행 부행장(57)이 차기 기업은행장에 오른다. 국내 첫 여성 은행장 탄생이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신임 기업은행장에 권선주 부행장을 임명 제청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내정 이유에 대해 “최초의 여성 은행장으로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고, 창조금융으로 실물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리스크관리본부장 소비자보호센터장 카드사업본부장 등 요직을 거치며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점을 높이 샀다고 덧붙였다.

권 부행장의 행장 내정은 우선 국내 시중은행 사상 첫 여성 행장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권 내정자는 전주 출생으로 경기여고, 연세대 영문학과를 나와 1978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여성 첫 지역본부장, 여성 첫 부행장 등 항상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끝에 ‘사상 첫 여성 은행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여성이지만 CS센터장, 중부지역본부장 등 영업 현장에서만 25년 가까이 잔뼈가 굵은 점도 호평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1월부터 2년 가까이 리스크관리본부장을 맡아왔다.

겸손하고 온화한 리더십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면서도 업무와 관련해선 양보 없이 파고드는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많다.

2회 연속 기업은행 내부에서 행장이 나온 점도 의미를 더한다. 첫 내부 출신 행장인 조준희 행장 후임을 놓고 경제관료들과 치열한 경합 끝에 행장에 오르게 된 것이다. 최근 확산된 공기업 ‘낙하산 논란’이 금융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임명 제청 발표 직후 을지로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권 내정자는 “여성 대통령이 나온 시대 정신에 부합한다는 의미에서 (행장에) 내정됐다고 생각하며, 내부 승진 문화를 이어갔다는 점도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은행 경영과 관련해서는 “소통이 잘 되고 양보다 질적인 성장을 중시하는 은행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또 “문화콘텐츠 관련 기업과 지식재산권(IP) 보유 중소기업 같은 창조형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융위의 제청을 받은 권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 임명 절차를 거쳐 이달 말 기업은행장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