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박 vs 쪽박 상품, 선진국 주식형 펀드 두 자릿수 수익률…원자재 펀드 추락
‘0.35%.’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약 10개월 동안의 코스피지수 상승률이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글로벌 최대 인덱스 펀드인 뱅가드펀드의 지수 구성 변경에 따른 매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각종 대내외 이슈들로 올 한 해 한국 증시가 1700~2060 사이에서 출렁거렸지만 연초부터 현재까지 코스피지수를 따라 투자했다면 결국 제자리인 셈이다.

2013년 이 같은 박스권 증시가 이어지면서 금융투자상품별 수익률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저평가 주식을 선별해 투자한 가치주 펀드들과 시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저평가 주식을 사고, 고평가 주식을 파는 매매 전략) 펀드가 부진한 증시에서도 각각 평균 6.13%와 6.92%의 수익률을 올리며 자금몰이를 했다.

대표적 중위험·중수익형 상품으로 안정성을 높인 주가연계증권(ELS)과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올해의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았다. ETF의 경우 증시가 박스권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박스권 하단에서 매수해 상단에서 파는 매매기법이 유행했다.

절대 수익률로만 따진다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주식형 펀드의 성과가 돋보인 한 해였다. 미국 주도로 유럽까지 경기 개선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선진국 증시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였다. 반면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 속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신흥국 주식과 채권은 지난해 기대했던 것과 달리 손실폭이 커졌다.

○선진국 주식·가치주펀드 등 선전

수익률로만 따지면 선진국 주식형 펀드 만한 ‘대박’ 상품이 없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2개 일본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2.77%(8일 현재)로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다. 뒤를 이어 북미 펀드(26.72%), 유럽 펀드(18.13%)가 두 자릿수 수익률로 선전했다. 연초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랠리를 시작한 일본 증시와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유럽 증시로 확산되면서 선진국 증시의 상승세를 견인한 덕분이다.

반면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관련 산업 비중이 높은 중남미 주식 펀드는 -12.17%의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중국 본토 펀드들은 연초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서 수익률 회복에 나섰지만 신용경색 우려 등의 악재로 마이너스 수익률(-3.39%)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상반기 내내 글로벌 증시 랠리에서 소외되며 고전했다. 하반기 신흥국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한국 증시로 몰리면서 한때 코스피지수가 2060 가까이 상승했지만 또다시 2000선이 무너졌다.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은 -0.17%에 그친다. 내년엔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한국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아 여전히 절대수익추구형 상품인 롱쇼트 펀드나 박스권을 염두에 둔 인덱스 펀드 또는 ETF 투자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13년 대박 vs 쪽박 상품, 선진국 주식형 펀드 두 자릿수 수익률…원자재 펀드 추락
○신흥국 채권·원자재 펀드 부진


2012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면서 주목받았던 해외 채권형 펀드들은 올해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신흥국채권펀드의 손실률은 6.02%에 이른다. 경상수지 적자 등 경제의 펀더멘털(내재가치) 약화와 함께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더해지면서 신흥국 채권 가격이 급락한 탓이다.

올 들어 손실폭이 가장 큰 투자상품은 원자재 펀드였다. 금펀드는 연초 이후 -25.10%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속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금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타 원자재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역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원유 가격 하향 안정화 등으로 -13.98%의 수익률에 그쳤다.

손동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출구전략 시기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원자재펀드나 원자재에 대한 직접 투자보다는 원자재 값이 절반 이상 빠지지 않으면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파생결합증권(DLS) 투자로 대응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