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파 측정 이렇게 > 텔아비브에서 지난 15일 열린 ‘브레인테크 이스라엘 2013’에 참가한 기술기업 브레인스웨이가 뇌파를 측정해 신체를 치료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임원기 기자
< 뇌파 측정 이렇게 > 텔아비브에서 지난 15일 열린 ‘브레인테크 이스라엘 2013’에 참가한 기술기업 브레인스웨이가 뇌파를 측정해 신체를 치료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임원기 기자

“이스라엘 국민이 세계를 위해 무엇을 공헌할 수 있을까요. 두뇌 아닐까요.”

지난 15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열린 ‘브레인테크(Brain Tech) 이스라엘 2013’ 개막식 연설에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고령화와 저성장 시대에 이스라엘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 두뇌과학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브레인테크 2013’은 페레스 대통령이 개인 재산을 털어 일부 비용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됐던 행사다. 세계 각지에서 과학자, 정부 고위 관계자 등 VIP 1000여명을 초청한 이 행사에서 페레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창업국가에서 두뇌국가로 진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페레스 대통령 “행정 최소화해야”

‘브레인테크 2013’의 슬로건 ‘창업국가에서 두뇌국가로(From Startup Nation To Brain Nation)’에 대해 페레스 대통령은 “뇌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 미래 국가의 중요한 책임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식 연설 후 기자와 만난 페레스 대통령은 “창업국가에서 두뇌국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창업국가를 통해 달성한 기술력과 창의력을 보다 널리 활용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지난 20여년간의 노력을 통해 1만6000개의 스타트업에 6만명이 일하는 창업국가가 됐다”며 “이제는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페레스 대통령은 이제 국가의 역할은 개인과 기업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행정이 개입하면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며 “정부가 갈수록 힘과 역할을 잃어가는데도 정부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뇌국가 역시 비전일 뿐 이것을 달성하는 것은 자유로운 개인과 기업의 힘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5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5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두뇌 경연

이날 이스라엘 정부가 100만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진행한 두뇌과학 기술 대회에서는 존 도너휴 교수와 아토 누미코 교수가 이끄는 미국 브라운대의 브레인게이트(Brain Gate) 연구팀이 1위를 차지했다. 이 팀은 인간의 뇌파를 원격으로 진단해 병의 원인을 파악하는 모바일 의료 단말기를 개발했다.

상금 100만달러는 브라운대 팀에 돌아갔지만 이들을 포함해 총 10개 연구팀이 결선에 진출해 기술력을 다퉜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 히브리대 등 세계적인 명문 대학과 연구팀들이 참가했다. 또 20여개의 과학기술 벤처기업이 부스를 꾸렸다. 브레인스웨이라는 벤처기업은 인간의 뇌를 자극해 팔·다리의 신경을 활성화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스라엘 정부와 두뇌과학 연구 프로젝트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차카 파타 미국 하원의원(민주당)은 “오바마 정부 역시 두뇌과학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 연구에만 한 해 56억4200만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파타 의원은 “질병 치료와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뇌과학 연구는 이스라엘이나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한국 인도 독일 등 주요국 정부의 공통된 핵심 연구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텔아비브=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