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속 '절전' 내몰리는 국민·기업 불만 팽배
10년 전부터 장기예측 빗나가 공급력 확보 못해
내년 1천만㎾ 이상 설비증설…송전선 문제도 변수


"내년에는 이렇게 읍소하지 않아도 되도록 반드시 전력수급을 안정시키겠습니다."

지난 7일 인천 동구 만석동 소재 시멘트원료 제조업체 한국기초소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의무절전 모범 시행업체인 이곳을 찾아 절전동참을 독려하며 업체 관계자들에게 이같이 약속했다.

윤 장관은 지난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전력위기는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매우 절박한 상황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 늘 정부를 믿고 도와줬듯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고된 12일 산업계와 국민의 절전 노력에 힘입어 평균 예비력 440만㎾를 유지하면서 1차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다.

전국의 2만여 공공기관에서는 냉방기 가동이 전면 중지됐고 상당수 기업체에서는 의무절전으로 생산 차질을 무릅쓰고 조업을 단축했다.

대단위 아파트단지에서도 4∼5% 전력을 줄이는 등 시민들은 냉방기 가동을 줄인채 폭염을 참고 견디며 절전 노력에 동참했다.

그러나 '사고는 누가 치고, 책임은 누구에게 떠넘기느냐'는 불만은 일반 국민과 산업계에 팽배한 상황이다.

전력당국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수급대책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고, 고질적인 원전 비리로 원자력발전소 3기가 가동 중지되면서 전력대란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 빗나간 장기 수요예측 '화 불렀다'
정부는 전력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해 2년 마다 향후 15년의 계획을 담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짠다.

2002년에 1차 전력수급계획이 처음 발표됐고 2004년 2차, 2006년 3차, 2008년 4차, 2010년 5차 계획이 차례로 공표됐다.

2006년 3차 계획에서는 2012년의 최대 전력수요를 6천712만㎾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최대 전력수요는 7천599만㎾까지 치솟아 예상치를 13.2%나 초과했다.

지난해 최대 전력수요는 2015년의 최대수요 예상치(7천729만㎾)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2002년부터 10년 넘게 계속된 장기 수요 예측은 평균 10% 이상 편차를 보이며 번번이 빗나갔다.

장기 예측이 한 번 빗나가면 공급력을 확보해 대응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원전 1기를 더 지으려면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10∼1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석탄화력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설비는 건설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지만 그래도 5∼6년 전에는 미리 계획이 이뤄져야 한다.

올여름 단기 예측도 빗나갔다.

애초 8월 둘째 주를 최대 수요로 잡고 비상대책 시행전 7천870만㎾로 예측했으나, 지난 9일 대책전 최대수요가 7천935만㎾까지 올라갔다.

결국 이번 주에는 대책전 최대수요를 8천50만㎾로 올려잡아야 했다.

◇ '안정적 예비율 20%' 언제 가능할까
올여름 전력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5월말 터진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이다.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제어케이블 교체 작업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300만㎾의 공급력 순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들 원전 3기는 일러야 10월 초쯤 부품 교체작업을 마치고 재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까지 신월성 2호기(100만㎾급)와 신고리 3호기(140만㎾급)의 완공이 예정돼 있지만, 신고리 3호기는 밀양 송전탑 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에 전력계통에 곧바로 들어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전력당국은 내년 이후에는 예비율 16%를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에는 신고리 4호기(140만㎾급)를 비롯해 영흥석탄화력 5호기(87만㎾), 안동복합화력(40만㎾), 포천복합 1호기(73만㎾) 등을 증설해 1천만㎾ 이상 공급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런 계획에는 송전망 확보방안이 누락돼 있다며 정부의 수급계획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결국, 발전소 증설과 송전선로 확보 문제가 차질 없이 해결되면 내년 여름에는 총 설비용량이 9천500만㎾에 육박해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우게 된다.

현재 전국의 발전기는 4천400여기로 발전설비 용량은 8천551만㎾다.

정부는 지난 2월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오는 2027년까지 15년간 총 1천580만㎾의 화력발전 설비를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27년에는 1억2천674만㎾의 공급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비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육박하는 20%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전기요금체계 합리화를 통해 전력수요를 근원적으로 조절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10년간 전기요금은 21% 오른 반면 다른 에너지인 가스는 72%, 등유 145%, 경유는 165%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요금이 싸다 보니 냉난방 에너지원이 전기로 사실상 '통일'되는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윤 장관은 이번 전력위기를 넘기고 난 뒤 10월 중 전기요금체계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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