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서 독일이 살아남은 건 튼튼한 中企 덕분"
“분단국가였던 독일은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두 나라가 협력해 라인강과 한강의 기적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한국이 독일과 수교를 맺은 지 올해로 130주년을 맞았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 시절 광부와 간호사 등 500여명을 파독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서울 한남동 벡터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토마스 가이어 한독상공회의소 회장(44·사진)은 “박근혜정부 출범으로 한국과 독일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며 “독일과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 없이 두 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2007년 자동차 전장부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독일 회사 벡터의 한국법인 사장으로 부임했다. 현대자동차와 부품회사인 SL, 대성일렉트로닉스 등에 부품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가이어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혁신하려면 전자 산업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범 사례로 현대차를 들었다. 그는 “현대차는 지난해 전장부품 연구개발 회사인 현대오트론을 설립하고 1등을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유행을 주도하는 트렌드 세터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며 “잘 굴러가는 자동차만으로는 세계에서 경쟁할 수 없으며 독자적인 전자기술로 새로운 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육성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이 유럽 경제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적인 제품에 도전하는 탄탄한 중소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젊은이들은 모두 대기업에만 취직하려고 한다”며 “정부가 주도해 사고방식을 바꾸고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가이어 회장은 또 “한국과 유럽연합이 2011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착 단계에 접어든 만큼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령 유럽 버스의 경우 폭이 한국 도로 기준에 맞지 않아 들여올 수 없지만 한국 버스와 자동차는 유럽 도로에서도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며 “공통적인 국제기준을 적용하고 다른 점은 맞춰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