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공백 한화 비상경영委 가동, 위원장에 김연배 부회장…투자계획·정기 인사 곧 확정
한화그룹이 원로 경영인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김승연 회장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60대의 부회장과 사장단이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경영체제를 바꿨다. 위원회 전환에 따라 4개월 가까이 미뤄진 올해 투자와 정기 임원 인사, 채용 계획 등이 곧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24일 “회장 장기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을 막고 글로벌 경기악화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룹 내 원로 경영인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비상위원회는 김연배 한화투자증권 부회장(69)이 위원장을 맡고, 제조업 계열사는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63), 서비스·레저 부문은 홍원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사장(62)이 각각 위원 자격으로 총괄한다. 김 부회장은 한화생명 등 금융부문 위원을 겸직한다. 작년 8월 김 회장 구속 후 비상경영 체제를 이끌어 왔던 최금암 경영기획실장(53·부사장)은 실무 위원으로 참여한다.

위원회는 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때까지 그룹의 대규모 투자, 신규 사업계획 수립, 주요 임원인사 등 그룹 차원에서 필요한 의사결정을 회장을 대신해 내리는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맡는다. 한화 관계자는 “위원회는 전원합의 방식으로 결론을 내리며 필요할 경우 해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위원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최 실장 중심으로 9개월가량 지속해온 비상경영체제를 위원회 구조로 바꾼 것은 굵직한 경영 현안 처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부사장급인 그룹 경영기획실장이 각 계열사 CEO들과 협의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 실장은 구속집행정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 회장을 최근 면회한 자리에서 “그룹의 주요 현안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보고하고 비상경영위원회 발족 구성을 지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8월 김 회장 구속 이후 한화는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투자 계획은 전면 중단했다. 작년 5월 9조4000억원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 수주와 8월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 인수 이후 신사업 소식도 전혀 없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이 2심에서도 실형을 받으면서 그룹의 미래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이 더욱 커졌다”며 “조직의 구심력을 회복하기 위해 경험이 풍부한 원로 경영인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위원장을 맡은 김 부회장은 한화에 입사한 지 올해로 46년차인 그룹 내 최고참이다. 홍 회장과 홍 사장도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경영인들이다.

위원회 출범으로 한화는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임원인사와 연간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생명의 ING생명 인수 추진과 이라크에서 진행 중인 신도시 건설사업 추가 수주 등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 경영인의 한 사람으로서 회사가 물의를 일으킨 것이 송구스럽다”며 “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혁신 기업으로서 투명성을 더욱 확보해 국민과 고객, 주주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