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도입안’이 꼬이고 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기초연금 초안이 알려지자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인수위 측이 이 같은 반발을 무마하고자 초안에 대한 일부 수정 작업에 나섰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기초연금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설명하지 않은 채 단순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현행 기초노령연금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겠다고 한 공약 자체가 화근이 됐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인수위의 핵심 관계자는 5일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4개 그룹별 기초연금 차등화 방안은 사실이 아니다”며 “다만 지금보다 손해 보는 계층이 단 한 사람도 없도록 한다는 방침에 맞게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4개 그룹별 기초연금 차등화 방안이란 기존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현행 기초노령연금 수급 여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눈 뒤 연금액을 차등 지급한다는 구상을 말한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현재 소득 하위 70%에 속해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지만 국민연금에 가입되지 않은 빈곤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액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중복 수급하는 계층에 대해서는 현재 수령액(기초노령연금+국민연금)보다 소득에 따라 0~10만원을 추가로 더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소득 상위 30%에 속해 현재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않는 계층은 국민연금 수급자일 경우 가입 기간에 따라 3만~5만원을 추가로 얹어주고, 미수급자에 대해서는 5만원가량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더라도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고도 만 65세가 되면 월 20만원씩 꼬박꼬박 받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가입 대상은 아니지만 향후 노후 소득 보전을 위해 임의로 가입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 대다수는 현재 월 8만~9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은퇴 이후 월 20만원 안팎의 국민연금을 타게 된다. 그러나 기초연금이 도입된 이후 이들이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액수는 월 20만원에 크게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던 박 당선인의 당초 공약과도 맞지 않는다. 아울러 기초연금 재원 마련을 위한 조세 부담이 당초 계획보다 늘어나는 문제도 생긴다.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가로 지급하는 액수 만큼은 결국 보험료가 아닌 세금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연금 전문가는 “기초연금 문제를 관할하는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내에서도 위원들 간에 서로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소득에 따라 연금액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원칙 만큼은 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이 전체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주겠다고 공약한 게 결국 인수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공개 토론의 장으로 나와 국민들에게 직접 정책 방향을 묻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