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테마주 등 정치 테마주가 대선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활개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도입한 ‘단기과열 완화장치’도 일부 정치 테마주의 급격한 오르내림에는 속수무책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정치 테마주를 방치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며 투기 거래 방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철수 테마주 제2의 전성기?

15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순매도(2277억원) 등으로 23.30포인트(1.16%) 떨어진 1983.74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508.02까지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투자심리가 싸늘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 테마주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는 미래산업(14.88%) 써니전자(14.94%) 안랩(14.94%) 오픈베이스(14.80%) 등은 일제히 상한가로 마감했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오는 3월 초 귀국해 정치를 재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일부 정치 테마주는 대선 후에 오히려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써니전자다. 써니전자는 안 전 후보가 설립한 안랩에 송태종 대표이사가 근무한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철수 테마주로 묶였다. 이 회사 주가는 대선 전날인 작년 12월18일 958원에서 이날 4540원으로 373.9% 급등했다. 16거래일 동안 단 3일을 제외한 13거래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오픈베이스(98.5%) 미래산업(77.69%) 솔고바이오(59.63%) 안랩(28.71%) 등 안철수 테마주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보령메디앙스(39.21%) 에넥스(18.35%) 등 박근혜 당선인 관련주도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대선 직후 급등했다. 문재인 테마주들은 대선 후 기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단기과열 완화장치’ 무용지물

정치 테마주가 다시 활개치면서 금융위와 거래소가 “정치 테마주의 투기적 거래를 막겠다”며 지난해 11월 도입한 ‘단기과열 완화장치’도 무색해졌다. 거래소는 지난 3일 써니전자에 ‘하루 매매정지 후 3거래일 단일가 매매’를 적용하는 단기과열 완화장치를 발동했다. 써니전자는 이를 비웃듯 단일가 매매 기간 동안 첫째날 상한가, 둘째날 하한가, 셋째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3일 동안 상승률은 12.30%. 거래소의 단일가 매매 적용 대상 해제 기준인 ‘상승률 20% 이하’를 절묘하게 맞췄다.

써니전자는 이후 1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 중이다. 거래소는 써니전자를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 16일 하루 동안 다시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기로 했다. 써니전자는 2010년부터 2012년(3분기 말 누적 기준)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기과열 완화장치가 얼마나 효용성이 없는지는 써니전자를 보면 알 수 있다”며 “단일가 매매 3일 동안 상승률이 20%를 넘지 않을 경우 규제를 해제하는 규정도 너무 단순해 소액 투자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써니전자를 포함한 일부 정치 테마주의 이상 급등에 대해 유심히 관찰 중”이라며 “단기과열 완화장치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보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