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에서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는 태광실업 기획 세무조사를 폭로한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의 출석 문제로 파행을 거듭했다.

이날 국감은 예정된 오전 10시에 시작했지만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고 고성이 오가며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결국 오후 3시 정회가 선언됐다.

오전 국감에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검찰 조사 동영상이 공개돼 소란이 벌어졌다. 첫 질의자로 나선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2009년 당시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 한상률 전 청장과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검찰진술 동영상을 공개했다. 안 전 국장은 2010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표적 세무조사했다는 것과 포스코의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 소유라는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강길부 위원장이 안 전 국장 증인채택과 관련해 여야가 협의되지 않은 사안이라 동영상 공개를 거부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동영상 공개가 강행됐다. 동영상에는 한 전 청장이 베트남 국세청장 방한 시 안 전 국장을 배석시켰고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투입하려 했다는 진술이 공개됐다. 안 의원은 “이 동영상은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노 전 대통령을 노린 정치적 조사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후에는 일부 야당의원이 안 전 국장을 국감장 옆 사무실로 데려가려다 이를 막는 국세청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통합당 안민석, 최재성 의원과 무소속 박원석 의원은 이날 오후 2시20분께 청사 밖에서 대기하던 안 전 국장과 같이 청사에 나타났다.

그러나 국세청의 1층 경비를 맡은 방호원들이 5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전원을 모두 끄고 안 전 국장의 청사 내 진입을 몸으로 막았다. 안 의원 등은 “국회의원의 국정 활동을 방해하느냐”고 목청을 높였고 보좌관들까지 가세해 육탄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안 국장은 “간담회를 한다고 해서 왔는데 나를 원천봉쇄까지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