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 한 건을 체결하는 데 필요한 종이는 몇 장이나 될까.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계약 한 건을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A4 용지가 최소 30장에서 많게는 100장이 넘는다고 한다.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한 곳을 기준으로 할 때 A4 용지가 연간 약 1억5000만장, 나무로 환산하면 1만5000그루씩 필요하다는 얘기다.

보험산업을 흔히 인지(人紙)산업이라고 부르는데, 왜 그런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최근 들어 친환경 녹색경영의 일환으로 보험계약 때 쓰이는 종이를 줄이기 위해 전자서명 제도를 도입하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태블릿PC를 통해 전자서명을 하면 복잡한 계약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고객과 보험사 모두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장기 손해보험 계약을 기준으로 1건당 1000원 정도씩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삼성화재에서도 전자서명 제도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산림청과 함께 녹색지구 살리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전자서명을 통해 장기보험에 가입한 고객에게는 친환경 에코백을 제공한다. 전자서명으로 체결된 계약 한 건당 100원을 환경보호 기금으로 적립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림청과 함께 ‘학교숲 가꾸기 사업’을 펼치도 있다.

고객이 전자서명 이메일 특약에 가입하면 모든 계약서류를 이메일로 제공한다. 초회 보험료의 1% 한도 내에서 최대 1000원의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현재 전자서명 제도를 시행하는 곳은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대한생명, 신한생명 등이다. 이달 중순에는 삼성생명 역시 전자서명 제도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현대해상동부화재도 전자서명 제도 구축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연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신용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규가 개정되지 않은 탓에 보험계약 체결 때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 조회·제공에 관한 내용에 대해선 종이서류에 직접 사인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