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정황만으로 담합 결론 낼까 걱정된다"

CD금리 짬짜미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는 시중은행들은 연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시하는 자금담당 부서장 간담회에 참석한 당사자들은 한국은행 관계자까지 동석하는 자리에서 밀약이 가능하겠느냐며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20일 자금부서장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올해 간담회 안건은 전자단기사채 등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 제정, 2015년 시행될 LCR(유동성 커버리지비율) 규제, 볼커룰 시행 대비책 등이었다.

간담회는 은행연합회가 회의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현안을 설명하면 참석자들이 오찬을 하며 주제별로 논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서장은 "연합회 차원에서 은행권에 알릴 사항이 있으면 전달하고 업무적인 것도 논의하지만 큰 현안이 없으면 그냥 얼굴 보고 밥 먹는다.

이런 자리가 왜 의심받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참석자도 "부장급이면 20년 이상 은행에서 일한 사람들이다.

금리나 수수료 문제는 말을 꺼낼수 없고 꺼내서도 안 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금리) 비슷한 이야기만 나와도 연합회가 제지할 텐데 이런 곳이 짬짜미 창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항변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그 애꿎은 간담회는 홀에서 한다.

오픈된 장소에서 한다는 말이다.

당국자(한국은행 관계자)도 있는데 이런 자리에서 무슨 담합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전문위원회에 참석해 본 한 시중은행 부장은 "이런 간담회는 은행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가 아니라 연합회 측이 현안을 보고하면 `청취'하는 곳이다.

꼭 참석해야 하는 모임도 아니고 바쁘면 빠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공개된 자리에서 CD금리 이야기를 꺼냈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사람이 `주동자'로 몰릴 텐데, 그렇게 간 큰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자금 관련 실무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이 간담회가 CD금리에 대한 정보교환 창구가 된 것으로 의심하고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의 CD금리 짬짜미 자진신고설도 돌고 있지만 각 은행은 신고할 것 자체가 없다는 견해를 보인다.

다만 공정위가 정황만으로 자의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