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해 속도 조절을 주문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핵심 사업을 모두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요구의 연장선상이다.

진영 정책위 의장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중 FTA는 농업분야에 대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데 집착해 협상을 서둘러서는 안 되고, 긴 호흡으로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의장은 “철저한 사전 조사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국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피해를 볼 수 있는 농어업인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아직도 정부가 당과 사전 조율 없이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한·중 FTA 체결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움직임이 포착돼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의 주류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측이 이명박 정부와 본격적인 선 긋기에 나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과 가까운 강창희 신임 국회의장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릴 때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정부는) 다음 정부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정부가 임기 내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하지만 무리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인천공항 매각 문제도 충분한 논의와 컨센서스를 가지고 행정행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이상돈 전 비대위원 역시 “이 정권은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고, 하던 일이나 잘하면서 조용히 정권을 넘겨줄 준비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은 “KTX 민영화나 인천공항 지분 매각, 차기 전투기 사업 등은 임기 마지막 해에 하는 게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의 후속 대책과 관련,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며 “4대강 후속 사업에 대한 예산 배정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박 전 위원장도 이 부분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