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 공세가 심상치 않다. 25일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46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8년여 만의 최대 규모 매도다. 삼성전자는 이달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초 140만원을 넘어섰던 삼성전자는 110만원대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조정의 계기가 됐던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때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외국인 매도 8년 만에 최대

코스피지수는 이날 22.01포인트(1.19%) 하락한 1825.38로 장을 마쳤다. 그리스 2차 총선을 전후로 국내 증시에 본격적인 ‘컴백’ 가능성이 예상됐던 외국인은 지난 22일 2402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4982억원어치를 팔아치워 조정을 주도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는 올 들어 최대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한국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삼성전자를 7656억원 순매도했다.

이날 하루 매도 물량은 2004년 4월30일(4079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 비중도 지난달 2일 50.94%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49.75%까지 내려왔다. 삼성전자는 이날 4.23%(5만원) 내린 113만2000원으로 마감, 지난 2월16일(113만5000원)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차익 실현 배경은

이달 들어 글로벌 주요 정보기술(IT)주 가운데 삼성전자의 조정폭은 유독 큰 편이다. 22일까지 삼성전자의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애플이 3.76% 상승한 것을 비롯해 글로벌 IT섹터 내 주요 종목 가운데 소니(11.67%) 구글(0.09%) 등은 상승했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과장은 “삼성전자와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애플의 경우 5월17일 530달러를 저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최근 조정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실적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난달 초부터 삼성전자의 조정이 시작된 가운데 이달 들어 외국인 매도세가 더해지면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외국인 가운데 일부가 글로벌 IT섹터에서 환금성이 좋은 편에 속하는 삼성전자를 먼저 팔아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삼성전자가 조정을 받으면서 코스피지수가 하락하고, 이로 인해 한국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세가 확대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단기 조정 가능성에 무게

수급문제로 삼성전자의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추세적인 하락이라기보다는 단기 조정으로 보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실적)이 나빠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13.4% 증가한 6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시장 컨센서스(6조7000억원)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실망스럽다’고 하기는 어려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는 반도체부문의 실적 개선도 예상되는 만큼 단기 조정으로 보고 접근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