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는 1월 3.4%, 2월 3.1%, 3월 2.6%, 4월 2.5%의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을 기록하면서 오름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어요. 그러나 한국은행이 발표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을 보면 1월 4.1%, 2월 4.0%, 3월 3.9%, 4월 3.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왜 기대인플레이션은 이와 같이 실제 물가상승률과 차이가 나는 걸까요? 또한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한은은 왜 실제 물가상승률과 차이가 나는 일반인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신경을 쓰는 거죠?


A.
○기대인플레이션이란

향후 물가상승률에 대한 경제주체의 주관적 전망을 ‘기대인플레이션’ 또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라고 하죠. 따라서 물가전망의 대상기간을 ‘향후’ 어느 정도의 기간으로 볼 것인지, 그리고 어떤 ‘경제주체’의 전망인지에 따라 기대인플레이션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플레이션 전망의 대상기간으로 주로 ‘향후 1년’이 사용되고 있어요. 인플레이션 전망 주체에 따라 ‘일반인’ 및 ‘전문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직접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기대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추정될 수밖에 없어요.

기대인플레이션의 측정을 위해 향후 예상 물가상승률을 경제주체에게 직접 물어보는 설문조사(서베이) 방법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은은 매월 전국 56개 도시의 22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소비자동향조사의 일환으로 일반인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조사하고 있어요. 또한 매분기 첫째 달에는 약 50명의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소비자물가 전망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서베이 결과는 현재 매분기 공개되지 않고 있어 신문 등을 통해 접하게 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바로 일반인 서베이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죠. 일반인 서베이는 응답자들에게 과거 1년간의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제시하고 향후 1년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5~8.0% 사이의 9개 구간별로 조사한 후 구간별 중앙값을 응답자 수로 가중평균해 구합니다.

즉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기대인플레이션 3.8%는 2012년 4월 현재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의 평균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는 것이죠.

○기대인플레이션이 왜 중요하죠?

임금계약 체결, 정기예금 또는 연금저축 가입, 채권투자, 기업의 경영계획 수립 등과 같은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향후 물가상승률을 예상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하죠. 예를 들어 향후 1년간 5%의 물가상승이 예상되는 경우 연 4%의 금리를 제공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하기보다는 주식 또는 물가상승에 동반해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다른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나겠죠.

또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상승 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명목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임금상승-물가상승의 악순환(wage-price spiral)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죠.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정책당국도 기대인플레이션이 미래 물가상황에 대한 유용한 정보 변수일 뿐만 아니라 경제주체의 가격 결정에 대한 영향을 통해 실제 물가상승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성 여부는 통화정책의 효과 및 중앙은행의 신뢰도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죠. 특히 한은이 채택하고 있는 통화정책 운영체계인 물가안정목표제(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사전에 정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이를 달성하려는 통화정책 운영방식)의 궁극적 목적이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적 관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단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 경기침체 타개를 위해 통화량을 늘리는 신축적 통화정책을 펼 수 있었던 것도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우리나라 기대인플레이션의 특징

한은이 작년부터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매분기 첫째 달에 조사하고 있는 향후 5년간의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보면 3.1~3.2%를 유지하고 있어 전문가 집단의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중심치(3%) 부근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일반인 및 전문가가 예상하는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상황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의 주요 특징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죠. 우선 전반적으로 지속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기대인플레이션 지표가 향후 1년간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에 대한 예상을 나타내므로 당월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전월에 비해 크게 변화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한편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예측대상시점(1년 후)보다 조사시점(기대형성시점) 부근의 실제 인플레이션(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 기준)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과거지향적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이는 기대인플레이션 설문 시 참고자료로 제시되는 과거 1년간의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은은 올 2월, 3월 및 4월의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을 각각 4.0%, 3.9% 및 3.8%로 발표했죠. 이는 설문에서 제시된 과거 1년간의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4.02%, 3.95% 및 3.82%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죠. 반면 전문가 기대인플레이션은 조사시점 부근의 물가상승률과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어요. 이는 전문가의 경우 정보접근성 및 정보처리능력이 일반인보다 높아 일반인에 비해 미래지향적으로 기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정익 < 한국은행 거시경제연구실 전문연구원 >


◆ 독자 퀴즈


다음 중 한국은행이 소비자동향조사의 일환으로 조사하는 물가상승률과 관련된 것은?

(1) 실제인플레이션
(2) 기대인플레이션
(3) 목표인플레이션
(4) 하이퍼인플레이션


▷퀴즈 응모요령:‘한경닷컴 재테크’(http://www.hankyung.com/ftplus) 코너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정답을 맞힌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CGV 영화상품권을 2장씩 드립니다. 당첨자는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