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硏 "극단적 여론 쏠림엔 방어보다 소통이 낫다"

채선당에서 임신부가 폭행당했단 글이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건 지난 2월이었다.

글엔 129개의 댓글이 달렸다.

'쌍방의 주장을 듣자'는 의견은 10개에 그쳤다.

나머지 119개는 채선당을 질타하는 글이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에서 피해자 주장이 과장됐다는 게 알려지자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임산부에 대한 `마녀사냥'이 이뤄졌다.

과거 트위터 행적까지 뒤져 `신상 털이'가 진행됐다.

극단적 반응이 차분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3일 LG경제연구원이 펴낸 '높아진 여론 쏠림의 파고' 보고서는 이런 여론 쏠림 현상의 문제를 짚고 기업에 해법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쏠림' 현상을 네트워크 시대의 산물이라 분석했다.

이런 '쏠림'은 손쓸 틈 없이 빠르다.

경찰ㆍ언론에 기름칠해도 막을 수가 없다.

사실 관계와 상관없이 정서적으로 움직인다.

인터넷이 지닌 탁월한 자기 필터링 덕분에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이 때문에 기업은 근거 없는 소문이나 예상치 못한 평판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2010년 한국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기업들이 3년간 가장 많이 경험한 위기는 정보관련 위기(37.4%)였다.

여론 쏠림이 심해지면 사람들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채선당 불매운동이 등장했던 게 그 사례다.

보고서는 네트워크의 특성상 어떤 이슈가 일단 퍼지면 막을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기업이 여론의 파고에 대처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일단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 기업 관련 이슈는 초기 고객의 항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화를 당했다.

치명적인 잘못이 아니라면 항의가 '쏠림'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사실 여부보단 감정적인 동요가 원인이다.

그렇기에 초반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주효하다.

지나친 방어보다는 소통이 낫다.

과거 고소ㆍ고발로 기업의 무고함을 표현했다면 이젠 오히려 대중의 공분만 살 뿐이다.

대중의 분위기를 수시로 감지해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의 변화도 읽어내야 한다.

보고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이 평상시에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난 여론을 관리 범위 안으로 끌어들이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새로 부상한 '새 언론'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성 언론에도 충고했다.

보고서는 "많은 정보 자체가 집단 지성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기성 언론은 극단으로 쏠리는 여론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정보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