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간 입장差 여전히 `팽팽'
전문가들 "지금이 적기..정치권 합의 도출해야"

저축은행 사태로 재부각된 `한국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은 1년 넘게 국회를 표류하다 올해 초 일부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를 비롯해 현대캐피털 해킹사건, 농협 전산망 장애 등 금융기관의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다시 논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이 얽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 한은법 개정안의 6월 국회 처리는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16일 검찰의 부산저축은행그룹 특혜인출 수사 결과로 저축은행 사태가 한풀 꺾이자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관심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또다시 장기표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은법 처리 `난망'
26일 한은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한은법 개정안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안건 상정이 결정됐다.

그러나 6월 국회 통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부처 간 입장이 여전히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데다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맞불' 성격의 법안인 정무위의 금융위설치법 개정안도 걸려 있는 등 그간 한은법 개정안 통과를 어렵게 한 요인들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선 "단독 조사권보다는 서로 정보와 자료를 충분히 공유하고 필요하다면 공동조사 확대를 통해 통화 신용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여야 법사위 의원들은 한은법 개정안 논의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당국 간 의견 대립이 첨예해 이달 내 처리를 확답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기관에 대해 교차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에 한은법 개정안을 상정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금융위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등 정부 간 의견 조율이 안 돼 답보 상태"라면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원칙적으로 법안을 뜯어고칠 수는 없지만 여야 합의로 일부 문구를 고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박영선 의원실 관계자 역시 "6월 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한은법 개정안 처리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은법 개정안 지금이 적기"
한은법 개정안이 이달 처리되지 못하고 다음 국회로 넘어간다면 또다시 장기간 표류하거나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인 만큼 재논의 시간이 없는데다 한은법 개정안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법안들은 여야의 중점 처리법안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금씩 저축은행 사태가 관심사에서 멀어지는 상황에서 시간이 더 흐른다면 한은의 단독조사권 필요성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감독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현 시점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6월 국회 내 합의를 촉구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금융감독원의 감독 기술과 한은의 거시경제를 보는 시각이 합해지면 지금보다 더 나은 조사·감독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은법 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일각에서는 한은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금융기관의 부담을 늘릴 수 있다고 하지만 양측이 일정을 맞춰 움직인다면 부담은 덜 주되 비정상적인 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발본색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은법 개정안은 거의 정답에 근접했다고 본다"면서 "저축은행 사태로 한은 단독조사권 필요성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도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처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정치적 합의에 따라 일부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고은지 기자 harrison@yna.co.kr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