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어나면서 기존의 고가 대형세단뿐만 아니라 중소형 모델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입차 고객층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매달 30만~40만원의 할부금을 내고 수입차를 구입하는 20~30대의 젊은층이 바로 그들이다. 수입차업체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3000만원대 안팎의 수입차들이 눈에 띄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른바 엔트리 카(entry car)로 분류되는 6개 해외 브랜드의 모델 9종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수입차 중 가장 저렴한 차종은 2690만원짜리 '혼다 시빅 1.8스타일'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 준중형 최고급 사양이나 중형차와 비슷한 가격이다. 시빅은 수입차 시장 초창기부터 꾸준한 신뢰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테디셀러 모델로 연비는 13.3㎞/ℓ로 우수했다.



가격 대비 연비 등 실용성은 폭스바겐의 '제타 1.6TDI블루모션'과 '골프 1.6TDI블루모션'이 단연 앞섰다. 연비는 22㎞/ℓ로 다른 수입차들을 크게 앞섰다. 최근 출시된 제타와 골프 모두 가격이 3190만원으로 같았다. 성능도 대부분 일치해 결국 껍데기만 다르고 알맹이는 비슷한 셈이다. 취향에 따라 해치백과 세단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일종의 행복한 고민이다.

중형차를 생각하는 30대라면 '닛산 2.6뉴알티마 플러스'(3460만원)를 고려할 만하다. 배기량 2488㏄의 중형세단으로 연비도 11.6㎞/ℓ로 양호한 편이다. 이 차의 최대 장점은 바로 옵션.푸시버튼 스타트와 보스 오디오가 장착돼 있으며 DMB,내비게이션,후방카메라가 지원되는 스크린도 있다. 비슷한 배기량의 SUV도 있다.



'닛산 뉴로그 플러스(2WD)'는 2000만원대 SUV다. 사실 말이 2000만원대지 2990만원이므로 3000만원짜리다. 배기량 은 알티마와 같은 2488㏄이고 다른 성능도 뉴알티마플러스와 비슷하다. 승차감은 국산차와 비교했을 때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핸들링은 흡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두 차종 모두 실내공간이 넉넉하다.

20~30대 젊은 층의 수입차 중 선망의 대상 역시 아무래도 아우디와 BMW,벤츠 독일 프리미엄 3인방이다. 아우디 A3는 해치백 모델로 배기량 2000cc,연비 11.6㎞/ℓ로 양호하다.

가격은 3960만원으로 다른 수입차들보다 비싼편이다. 취득세와 등록세,보험료 등을 고려하면 40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벤츠의 마이B도 A3와 비슷한 가격대의 모델이다. 연비는 12.8㎞/ℓ로 나쁘지 않다. 실속형 독일의 실속형 운전자들이 몰고 다니는 차로 국내에선 그리 자주 볼 수 없지만 독일에선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벤츠답게 손을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일렬주차를 하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와 같은 다양한 첨단기능을 탑재해 만족감이 높다. 승차감은 다른 클래스의 벤츠를 생각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BMW는 '미니쿠퍼SE'와 '뉴 120d 쿠페'가 있다. 미니쿠퍼SE는 2990만원이다. 작지만 당돌해 겉모양만 보고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치는 차다. 힘이 좋고 무엇보다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다만 2명밖에 탈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뒷좌석은 성인이 타기엔 좁고 불편하다.

BMW 뉴 120d 쿠페는 최고 177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며 가격은 4030만원이다. 미니와 같은 3도어다.

수입차를 고를 때는 시트가 가죽인지 직물인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가죽시트는 BMW 뉴 120d 쿠페와 닛산 2.5 뉴알티마플러스,아우디A3 정도다. 마이B는 직물과 가죽이 혼합돼 있다. 폭스바겐이나 혼다 등은 직물시트다.

다양한 옵션도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3000만원 안팎대 수입차는 일부 차종을 제외하곤 별다른 편의사항이 포함되지 않는 '깡통차'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이 비슷한 가격으로 다양한 옵션사항을 누릴 수 있는 국산 승용차로 눈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