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이달 중순 본격화하는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인수전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8일 한국거래소의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입찰 참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올린 답변에서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인수 · 합병(M&A) 전문가는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매각 일정이나 방식에 대해 확정하지 않은 만큼 하이닉스가 정식 매물로 나오면 그때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히겠다는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범(汎) 현대가는 외환위기와 계열분리 과정에서 채권단에 넘겼던 옛 계열사들을 모두 되찾는다. 현대중공업만 해도 2009년 현대종합상사를,작년에는 현대오일뱅크를 사들였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 인수 가격이 2조5000억~3조원가량인 만큼 현대중공업이 단독으로 인수하기보다는 범 현대가가 함께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이닉스의 자산 규모는 16조원가량이다. 현대중공업의 지난 1분기 말 현재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조8149억원이다.

태양광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태양전지 기술력을 단숨에 끌어올리고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와 태양전지는 생산 방식이 거의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태양광 분야의 글로벌 선도 업체들은 삼성을 비롯해 대부분 반도체 회사들"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매각 일정도 빨라질 전망이다. 외환은행은 이번 주 안에 매각 방식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