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동결에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증권 · 선물회사 채권 애널리스트들은 15일 일제히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현실에 밀려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리 정상화 기조는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2개월 연속 예측이 빗나감에 따라 비판의 강도도 높아졌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장난 깜빡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기존 인상기조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환율이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도 당국이 구상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동철 우리선물 금융공학팀 연구원은 "금리 정상화 의지가 있기는 한거냐"며 "물가가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이토록 미미하다면 기준금리 정상화는 '해프닝'에 그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훼손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점에서 한동안 한은의 입지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더이상 통화정책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라며 "시중금리 하락으로 물가가 더 오르면 질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금리 인상을 예상해 투자전략을 제대로 짜지 못한 탓에 난감해 하는 표정이다. 안형상 우리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은 "자금은 계속 들어오는 반면 채권 발행이 줄어 투자할 수 있는 물량이 동난 상태"라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부 운용사들은 유통시장에 나오는 채권 물량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량 회사채도 가격이 뛰어 시가평가시 손실이 날 수밖에 없지만 펀드에 편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현실에 밀려 정책의지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한 의견도 있다.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원은 "내달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와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어서 답답하다"며 "연말로 갈수록 시장 참가자들이 더 민감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통위 내부의 정책합의와 이를 통한 시장과의 소통 강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