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KTX) 건설도 각종 반대 여론에 부닥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경남 양산 구간 공사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내원사 소속 지율스님과 환경 · 시민단체(천성산환경보존대책위 불교환경연대 도롱뇽의 친구들 등)가 2002년 7월부터 "천성산 터널공사가 일대 고산습지의 자연생태를 훼손하고 사찰 수행 환경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2002년 7월 내원사 비구니 50여명의 3보1배 시위를 시작으로 환경단체와 승려의 노숙 단식 농성이 잇따르자 그해 말 대선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은 천성산 관통 공사를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런 가운데 목숨을 건 단식 농성까지 불사했던 지율스님이 2003년 10월15일 '도롱뇽의 친구들' 대표 자격으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일명 도롱뇽 소송)을 제기,국가적 대역사는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물론 소송 결과는 '기각'이었다. 거의 4년간 소모적 논쟁 끝에 '생태계 파괴와 무관하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이 같은 반대활동으로 대구~부산 간 KTX 공사는 세 차례에 걸쳐 총 289일간 중단됐다. 이에 따른 직 · 간접 피해 규모는 수조원에 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기 지연의 불편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2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공사 반대 농성도 유사한 경우다.

이 밖에 새만금사업,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등의 굵직굵직한 국책사업들도 격렬하고 끈질긴 반발 속에 진행됐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