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 증시가 폭락했다. 아시아는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지만 유럽 경제위기로 가중되고 있는 세계 경제 양극화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에 고스란히 전달돼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17일 2.6%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2.17%와 2.23% 떨어졌다. 호주 주가는 3.04% 곤두박질쳤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5% 넘게 폭락했다.

환율도 요동쳐 호주달러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1.9% 낮아졌고 대만달러 역시 0.5% 떨어졌다. 한국 원화 가치도 2.06%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아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은 일차적으로 지난주 후반의 유럽과 미국 증시 급락에서 비롯됐다. 지난 14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지수가 3~4% 하락했고 스페인은 IBEX지수가 6.6% 폭락했다. 그 여파로 미국 다우지수도 1.15% 하락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유럽 투자자들이 환매요청을 할 경우 아시아 지역에서도 자금이 유출될 수밖에 없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8024억원의 주식을 팔았다. 현대증권은 남유럽 재정위기 때문에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의 한국 주식 투자액 47조원 가운데 9조원가량이 유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럽연합(EU)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 잔액은 2342억달러에 이르렀다.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민간의 신용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개월 달러 리보(LIBOR · 런던은행간 대출금리)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연 0.3%를 밑돌았지만 지난 14일엔 연 0.445%로 치솟았다. 은행간 대출금리가 치솟는다는 것은 신용도가 떨어지는 일부 은행은 자금을 구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불거지고 있다. 유로화는 이날 1.23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2006년 4월18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아시아 국가의 실물경제도 위협받을 수 있다. 유럽경제가 무너지고 미국경제가 불안해지면 수출이 줄고 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이어진 가파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유럽 재정위기로 중단될 수 있다.

박준동/이미아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