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웨인 루니는 지난해 3월 800억원짜리 요트에서 환상적인 결혼식을 올렸다. 야외 갑판에 사우나 시설까지 갖춘 이 요트를 3일간 빌리는 데 든 비용은 6억원.하객 64명은 결혼식 후 초호화 파티를 즐겼다. 그가 결혼식에 쓴 비용은 100억원에 달했다.

#2.한 중견기업의 K사장은 최근 부산 수영만 마리나(계류장)에서 1박2일로 요트 여행에 나섰다. 해외 바이어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서였다. 탁 트인 하늘과 귓등을 스치는 바람,파도 소리가 평온함을 더했다. 요트를 1시간가량 몰아 바다 한 가운데 정박한 뒤 오후 내내 강태공의 여유를 만끽했다. 즉석 회감을 떠서 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해질녘 노을을 배경으로 선상 와인파티까지 열었다. 이날 수백만원을 썼지만 초대손님이 즐거워해 마음은 흡족했다.

'럭셔리 레포츠'의 대명사인 요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요트 시즌이 시작된 데다 바다라는 개방적인 공간에서 완벽한 자유를 누리며 고급 사교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영만과 중문(제주) 등에는 호화 요트들과 그 위에서 한껏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외국의 휴양지에서나 볼 수 있는 이국적인 풍경이 이제 국내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이면 '마이 카(My Car) 시대'를 넘어 '마이 요트(My Yacht) 시대'가 열린다는 말처럼 국내에서도 상류층을 중심으로 개인 요트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특급 해상호텔에서 고품격 접대를

'6성급 해상 호텔'인 요트를 타고 바다에서 품격 있는 비즈니스 접대를 하는 '요트 접대'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요트는 '특별한 그들만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비즈니스 툴이기도 하다. 각종 편의시설이 완비된 초호화 요트에서 비즈니스를 하면 성사되지 않을 계약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호화 요트의 주요 수요처는 법인들이다. 룸살롱이나 골프보다 더 품격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리딩투자증권은 5년간 임대 가능한 요트 회원권을 구입해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최근 요트 쿠폰을 구입해 VVIP회원들에게 요트 체험 기회를 주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행사가 많다.

박지국 베스트마린 상무는 "백화점 건설업체 금융권 등이 요트의 주요 고객"이라며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작은 국가(요트)를 가진 왕(소유자)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게 요트의 세계"라며 "이 때문에 요트의 쾌락이 자동차 미술품 시계 같은 명품보다 크다"고 말했다.

◆침실 마사지실 게임룸까지

요트는 딩기(돛을 바람에 따라 좌우로 움직여주는 밧줄)요트처럼 돛으로만 가는 '세일요트'와 디젤엔진 등 자체 동력을 갖고 있는 '파워요트'로 나뉜다. 먼 바다에 나가서 하룻밤 잘 수 있는 시설을 갖춘 파워요트는 '크루즈요트'로 부른다.

가격은 1억원 정도의 30피트(9m)짜리부터 100억원대까지 다양하다. 100억원대 요트는 욕실 딸린 침실 5개 이상,주방 세탁기 냉장고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한 선실 소파와 테이블,바,노래방,마사지실,게임룸까지 있다. 인공위성에서 자료를 수신하는 첨단 위성항법시스템과 위성전화,팩시밀리는 기본이다.

국내의 연간 요트 이용자 수는 5만명 남짓이다. 인터넷 동아리는 150개이고 크루즈요트와 딩기요트의 등록 수는 각각 300척과 1000척이다.

요트 수입 · 판매업체는 10여 곳에 달한다. 코발트(미국) 씨라인(영국) 등을 수입하는 베스트마린(best-marine.com),메르디안(미국)과 카파랄(캐나다) 브랜드를 취급하는 코오롱마린(kolonmarine.com),도랄(캐나다) 퍼싱(이탈리아)을 판매하는 아주마린(aju-marine.com),씨레이(미국)를 선보인 마린랜드(marineland.kr) 등이 메이저 업체다.

요트가 정박할 수 있는 마리나는 수영만(부산) 전곡(경기도) 사천(경남) 중문(제주) 등 11곳이 있다. 대형 크루즈요트의 90%는 수영만에 정박해 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요트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중견기업 회장이나 병원장들도 요트를 갖고 있다.

◆렌털도 주요 이용 루트

요트를 이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렌털이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40피트(12m)짜리 파워요트 하루 렌털비는 약 400만~450만원이다. 여기에는 배를 조정하는 조정수와 서빙을 맡는 조수 등 최소 2명이 따라붙는다. 조정면허 수상인명구조자격증 무선통신기술자격증 등을 보유한 이들의 인건비는 1인당 하루 20만원 선이다. 여기에 하루 유류비가 50만원 이상이어서 최소 렌털 비용은 5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렌털업체로는 파워마린(powermarine.co.kr) 블루마린(blumarine.com) 파운틴블루마린(fb-marine.com) 등이 있다. 수영만에서 12시간이나 24시간 단위로 대여할 수 있다.

김진수/김주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