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을 어느날 아부다비 공항 근처의 '마스다르 시티'.막 완공된 이 도시에선 아무리 둘러봐도 자동차를 볼 수 없다. '세그웨이(전기모터를 이용한 1인용 이동수단)'와 자전거만 눈에 띌 뿐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자동차 운행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땐 지하 전용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도 휘발유를 넣는 일반 자동차가 아니다. 'PRT(Personal Rapid Transit)'로 불리는 '캡슐형 전기 자동차'(사진)다. 정원 6명 크기의 PRT를 타보니 운전대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터치 스크린이 눈에 들어온다. 터치 스크린에 행선지를 입력하자 차량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PRT 운행 방법을 설명하는 현지 가이드는 "PRT를 이용하면 마스다르 시티 내 85개 목적지(정류장)를 7분 안에 갈 수 있다"며 "3000대가량의 PRT가 하루 13만5000회 운행한다"고 말했다.

아부다비가 건설 중인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도시 '마스다르 시티'의 미래상이다. 공상과학(SF) 소설에나 나올 법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아부다비는 이런 확실한 청사진을 갖고 마스다르를 건설 중이다. 마스다르는 아랍어로 '원천'이란 뜻.3일 열리는 '한 · 아부다비 경제포럼'에서 집중 소개될,세계 친환경도시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마스다르 시티를 아부다비 정부가 제공한 자료를 통해 미리 살펴본다.

◆SF속 한 장면 같은 '탄소 제로' 도시

마스다르 시티는 '3무(無)도시'를 예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동차 쓰레기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의미다. 만약 아랍에미리트(UAE) 내 다른 도시에서 아부다비로 차를 몰고 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스다르 외곽에 설치된 9개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둬야 한다. 도시 내에선 오직 세그웨이와 자전거,PRT만 이용할 수 있다.

아부다비 국제공항 등 마스다르 외부로 나갈 때는 경전철(LRT · Light Rail Transit)을 이용해야 한다. 마스다르 시티 내에는 6개의 LRT역이 있다.

도시를 거닐다 보면 사막 한가운데 건설된 도시치고는 날씨가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도시 주변에 아랍 전통 양식의 성곽을 쌓아서 사막의 뜨거운 바람을 차단한 데다 대형 빌딩 사이에 '바람 길'을 마련해 바람이 잘 통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대형 버섯 모양의 태양열 집열판은 보행자들에게 서늘한 그늘을 제공한다. 수십분을 걸어도 땡볕에 직접 노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스다르 시청 앞에 도착하자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스크린을 통해 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 마스다르 시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50%는 재활용된다. 33%는 발전소 연료,나머지는 퇴비로 쓰인다. 마스다르 시티 홍보담당자는 "UAE 국민 한 사람당 하루평균 500ℓ의 물을 사용하는 반면,첨단 절수시설을 활용하는 마스다르 주민들은 100ℓ미만만 쓰고도 훨씬 청결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고 자랑한다.



◆'꿈의 녹색도시'를 현실로

마스다르 시티를 건설하기 위한 공사는 현재 한창 진행 중이다. 아부다비 정부가 2007년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 친환경도시에는 2016년까지 총 220억달러(약 25조4000억원)가 투입된다. 면적은 여의도의 4분의 3 크기다. 상주 인구와 출퇴근 인구를 포함해 총 9만명을 수용하는 이 도시에는 1500여개 클린 테크놀러지 기술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도시 건설 계획에는 영국 런던대와 미국 컬럼비아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미국 MIT 등도 마스다르 과학기술센터 설립에 협조하고 있다. 아부다비 실권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왕세자가 건설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마스다르 시티는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사용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도시 건설에 필요한 에너지도 태양광 발전과 폐기물 발전 등 100% 재생 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8만3000개의 태양광 전지패널이 집적된 10㎿짜리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했다. 도시건설 예상 투자액 220억달러 중 UAE 정부가 40억달러를 투자한다. 나머지 180억달러는 해외 자본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아부다비 정부는 한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 기업만 참여하는 한국단지인 '코리안 클린 테크놀러지 클러스터'용으로 20만평(도시 전체의 8%)을 이미 배정했다. 작년 12월27일엔 이명박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마스다르 시티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