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창문 스위치 이어 에어백 결함
도요타 사장 수습 시도..신뢰 회복 험로

"도요타에 이어 혼다까지!"
일본 자동차의 리콜 파문이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혼다로 확대되면서 업계가 사실상 공황 상태에 빠졌다.

도요타자동차의 바닥매트, 가속페달, 브레이크 시스템(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사상초유의 전세계적인 대량리콜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자동차 업계 2위인 혼다가 10일 미국에서 38만대에 육박하는 리콜을 발표하면서 일본 자동차업계가 경악하고 있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혼다는 운전석 측면 에어백 인플레이터의 압력이 너무 높아 인플레이터 용기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교체해 주는 리콜을 실시키로 했다.

리콜 대상은 2001-2002년에 제작된 어코드, 시빅, 오디세이, CR-V 등과 2002년 생산된 일부 어큐라 모델 등 총 37만8천758대에 달한다.

혼다는 지난달 29일 차량의 창문 스위치 결함 때문에 전 세계에서 판매된 피트, 재즈, 시티 모델의 차량 64만6천여대에 대한 리콜을 발표한 바 있다.

불과 10여일만의 추가 리콜이다.

일본 업계 1, 2위로 세계 시장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도요타와 혼다의 잇따른 리콜 사태로 인해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본차 전체에 대한 품질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보통 완성차에는 3만여점의 부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품은 내구연한이 다하지 않는 한 어떠한 경우에도 파손되지 않고 주행할 수 있도록 철저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도요타차를 비롯한 일본 차량들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차=안전"이라는 인식이 전 세계 소비자들 사이에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도요타의 경우는 '품질제일'이라는 구호 하에 고품질을 무기로 2008년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을 제치고 세계 판매 1위를 달성하는 등 성장을 구가했다.

이에 따라 올들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터져 나온 도요타 차량의 대량 리콜 사태에 따른 충격은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일각의 관측대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적인 시각과 맞물리면서 미국에서의 도요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일본 차량업계 때리기는 갈수록 고조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달 말 발표한 '사상 최악의 리콜 톱 10' 명단에서 도요타의 리콜을 1위로 올려놓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 후루카와 요시미(古川修) 시바우라(芝浦)공업대 교수(자동차공학)는 10일 "도요타가 글로벌 판매 확장에 초조해 한 나머지 품질관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도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요타 리콜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할 좋은 기회"라며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의심스러운 것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요타자동차의 대규모 리콜 사태 과정에서 노정된 뒷북 대응을 질타하는 동시에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는 도요타자동차의 향후 대응 방안을 주시하고 있다.

오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미국 하원에서 청문회가 열릴 예정인 만큼 그 이전에 리콜과 관련한 후속 조치를 원활하게 수행, 고객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경우 상처입은 신뢰를 회복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재도약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도요타가 창업자의 손자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을 정점으로 하는 '글로벌 품질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추락한 품질신화를 재연하려 하는 것이나, 도요다 사장이 미국을 직접 방문해 파문 수습에 나서려는 것도 이런 업계 전체의 요구와도 무관치 않다.

다만, 1980년대 해외 진출 본격화 이후 성장제일주의를 지향하면서 수십 년에 걸쳐 생긴 품질관리상의 구멍을 단기간 내에 바로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0일 "도요다 사장이 도요타의 트레이드 마크인 '가이젠(改善)'을 강조하면서 신뢰회복에 의욕을 보였지만, 신뢰 개선을 위한 앞길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