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일본 기업들이 선진국용 제품을 기본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던 전략을 수정해 신흥국용 모델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그동안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만 집중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중 타격을 입은데다 그 와중에 한국 기업에 신흥국 시장을 빼았겼다는 반성에서다.

캐논은 중국 현지의 관습 등을 고려한 저가형 복사기를 시장에 투입했다.이 복사기는 1분에 20장이 복사되는 저속 흑백복사기로 기능을 복사에 집중해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10% 낮췄다.특히 질이 좋지 않은 중국 복사지가 걸리지 않도록 복사지 흐름 속도를 늦췄다.중국의 상관습대로 매장에서 현금으로 곧바로 살 수 있도록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도시바는 중국 등 신흥국을 겨냥해 싼 값의 소형 노트북 PC인 ‘넷북’을 개발중이다.기본 사양은 선진국형 모델과 비슷하지만 하드디스크구동장치(HDD)나 메모리 용량을 떨어뜨려 가격을 600달러(약 70만원) 이하로 정할 계획이다.기존 노트북PC에 비해 10% 정도 싼 값이다.세이코엡손은 프린터의 본체 가격을 비싸게 하되 순정품 잉크가격을 40% 인하한 중국 시장 전용모델을 투입했다.순정품이 아닌 프린터 잉크를 많이 사용하는 현지 수요를 감안한 것이다.이밖에도 도요타자동차가 신흥국 시장용으로 대당 100만엔(약 1300만원)의 소형차를 다이하츠와 공동 개발하는 등 신흥국 모델 개발 붐이 불고 있다.

일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아시아 신흥국의 중산층은 일본에 비해 소득수준은 낮지만 앞으로 세계 소비를 견인할 게 확실하다”며 “성장하는 아시아 내수를 개척하려면 고부가가치 제품이 아닌 저렴한 가격으로 현지 수요에 맞는 제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신흥국의 중간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에 비해 일본 기업은 선진국 시장에만 신경 쓰다가 한발 늦었다”고 덧붙였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