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퓨터 업체 델과 지난달 납품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어요. 내년부터 연간 30만개씩 수출할 수 있을 겁니다. "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의 '에이엘(AL)팔레트' 공장.델 요구조건에 맞춰 제작한 수출용 팰릿 시제품을 보여주는 이 회사 김승기 사장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공장 직원들도 납품 기대감으로 한껏 고무된 표정들이었다. 시제품은 이달 중 델의 상하이 OEM공장에서 만들어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하는 컴퓨터 제품을 공항에서 지게차로 실어나를 때 사용될 예정이다. 에이엘팔레트는 추가 수주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9월 올랜도에서 이 회사 제품을 테스트한 미국 최대 팰릿 임대업체 쳅(CHEP)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코카콜라도 납품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들과 거래를 틀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이 회사 제품의 뛰어난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에이엘팔레트는 목재나 플라스틱 대신 알루미늄으로 팰릿을 상용화하는 데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알루미늄 팰릿의 무게는 목재의 3분의 1 정도.㎏단위로 계산하는 항공료 운임을 개당 4만원씩 절약할 수 있다. 휴대폰 수출이 많은 LG전자가 2003년부터 연간 13만개씩 납품받고 있는 이유다. 잠정 수출가격은 개당 40달러가량으로 260달러에 달하는 미국 제품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가격경쟁력을 갖췄음에도 해외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던 이 회사는 경기도 'UT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만나며 날개를 달았다. 경기도가 2007년부터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 중인 이 프로그램은 텍사스 주립대의 싱크탱크격인 'IC?Z연구소'를 통해 유망벤처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한국 이외에 폴란드 인도네시아 칠레 인도 이집트 멕시코 헝가리 등 7개국에서 진행 중이다.

김 사장과 실무진은 지난해 9월 이 연구소의 마케팅 전문가로부터 3개월간 미국 비즈니스 관례와 마케팅 전략,프레젠테이션기법 등을 교육받았다.

또 미국시장 조사를 지원받고 최적 파트너도 소개받았다. 김 사장은 "수출 길을 뚫으려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UT프로그램을 알게 됐다"며 "미국 문화도 모르고 글로벌 기업과 접촉도 불가능한 중소기업에 담당자 면담,기술평가 등을 지원해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2008년 에이엘팔레트와 함께 경기도 UT프로그램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곳은 패럴 · 머플러 생산업체 ㈜휘일 등 총 12개.이 중 5곳은 1475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고,4곳은 926만달러어치의 수출계약을 진행 중이다.

경기중기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UT프로그램 디렉터 조엘 몸버거씨는 "IC?Z연구소 설립 취지에 따라 원칙적으로 지원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중개료도 받지 않는다"며 "IC?Z연구소가 아닌 곳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받으려면 연간 250만달러 이상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