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보험 설립이 백지화됐다. 농협중앙회에서 '공제사업'을 떼어내 농협보험을 세우고 방카슈랑스 룰 적용 예외 등 보험업법 특례를 부여하는 정부안에 대해 보험업계가 강력히 반발한 데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발효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농협보험에 공제사업의 특례를 유지해줄 것을 주장해 온 농협과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일 열린 차관회의에서 지난달 28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방안에서 농협보험 설립 부분을 삭제해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기존 농협중앙회 공제사업은 신 · 경 분리 과정에서도 NH금융지주가 아닌 NH경제지주에 그대로 남는다.

농림부는 당초 입법예고에서 2011년까지 농협의 신용 · 공제 사업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NH금융지주회사를 세우고 기존 농협중앙회가 해 온 은행사업과 공제사업을 농협은행과 농협보험으로 각각 분리해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농협보험의 경우 보험업법 예외를 줘 설립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4000여개 농협 단위조합이 보험대리점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농협은행의 경우 특정 보험사의 상품판매 비중 25% 제한 등 방카슈랑스 규정을 향후 10년간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차관회의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은행사업 부문은 농협은행으로 분리해 NH금융지주 산하에 두되 공제사업 부문은 농협보험으로 떼어내지 않기로 바꿨다. 또 농협보험의 설립 허가를 보험업법 예외로 하는 조항,농협은행에 대해 방카슈랑스 룰 적용 예외를 주는 조항 등 보험업법 적용을 배제하는 모든 법조항을 삭제했다.

정부 관계자는 "농협 신경 분리가 핵심인데 신경 분리 과정의 일부인 농협보험 설립에 대해 보험업계가 반발하는 등 여러가지 잡음이 커 현행대로 공제사업으로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농협보험에 특혜를 줘선 안 된다'고 크게 반발해 왔다. 농협보험이 10년간 보험업법 예외를 인정받아 영업을 할 경우 민간 보험시장을 대거 잠식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또 9개 외국계 보험사들이 속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등도 최근 농협보험에 특례를 줄 경우 한 · 미 FTA와 한 · EU FTA 비준과 발효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정부에 전달했다. 암참은 농협보험에 적용되는 특례 조항이 2007년 합의된 협정문에 있는 '협동조합이 제공하는 보험 서비스에 대해 민간 공급자에 우선하는 경쟁상의 혜택 제공을 금지한다'는 조항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와 기획재정부 등이 나서 농식품부와 법안 수정 협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차관회의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을 오는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