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전격적인 화폐개혁으로 북한 내부 상거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되는 등 사회 전체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전문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는 1일 소식통을 인용해 "화폐교환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시장과 직장 업무가 일제히 중단되는 등 대혼란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 혜산 시장에서는 장사를 하는 여성이 화폐개혁 소식을 듣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다가 실신했으며 눈물을 흘리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들도 목격됐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인터넷 소식지를 통해 "물건을 파는 상점과 목욕탕,식당 등이 거의 다 문을 닫고 장거리 버스 운행도 중단했다"고 알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평양발 기사에서 한 상점판매원의 말을 인용해 "상품의 새로운 가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물건을 팔 수 없다. 적어도 일주일은 지나야 어느 정도 정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북한의 화폐개혁은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개혁 · 개방을 선택한 1980년대 베트남의 전례와 유사해 향후 북한 경제운용 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베트남은 1979년부터 1981년까지 북한의 '7 · 1조치'와 유사한 임금 및 가격 현실화 조치를 취한 뒤 심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자 4년 만인 1985년 '10 대 1'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베트남은 화폐개혁 이후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고 경제운용도 순탄하지 않자 1989년 가격의 완전 자유화를 선언,시장경제 요소를 대폭 도입했다.

북한이 이번 화폐개혁의 후속 조치로 어떤 것을 구상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의도와 상관없이 결국 북한경제는 베트남처럼 가격자유화를 통한 적극적 개방기조로 나아갈 개연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영훈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흐름을 볼 때 북한은 베트남의 경제개방 과정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당국은 가격자유화를 원치 않을 수 있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 화폐개혁에 이어 머지않은 미래에 금융개혁 등의 후속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