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전용도로를 신설해 달라." "환경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도로 만들면 무슨 소용 있나. "

24일 국회에서 열린 신규 TV홈쇼핑 채널 도입에 관한 토론회에서 쏟아진 말들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중기(中企) 전용 홈쇼핑을 허용해 달라고 정식 건의한 데 이어,농협중앙회도 홈쇼핑 진출을 선언했다. 기존 홈쇼핑 5사 외에 '제6의 홈쇼핑'이 필요한가는 홈쇼핑시장이 '포화상태냐''독과점이냐'의 논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소기업 전용 판로 필요한가

이날 민주당 전병헌 의원실 주최로 열린 '신규 홈쇼핑채널 허용 논란과 쟁점' 정책토론회에선 이 같은 이견만 재확인케 했다. 김익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중소기업 판로 개척을 위해 중기 전용 홈쇼핑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홈쇼핑추진팀장도 "중소기업들에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일종의 '신설도로'를 만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중기 홈쇼핑 신설이 중소기업을 위한 것인지,관련 이익단체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미디어정책,규제구조,소비자 입장 등에서 다양하게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혜란 미디어운동본부 소장도 "중소기업 활성화 취지는 좋지만 왜 '방송'을 통해서 접근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시청자의 91.8%(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가 홈쇼핑채널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열린 한국방송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정용준 전북대 교수는 "과거 방송위원회가 중소기업 컨소시엄이 설립한 우리홈쇼핑을 대기업인 롯데가 인수하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에 중기 전용 홈쇼핑을 새로 만들 명분이 약하다"며 "중기 제품의 유통 활성화는 기존 홈쇼핑들이 정책권고(중기제품 의무편성 등)를 준수하도록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신규 홈쇼핑이 중소기업에 도움될까

홈쇼핑업계는 치열한 '경쟁시장'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중기중앙회는 기존 홈쇼핑시장이 대기업 계열 5개사의 '독과점' 구조여서 중소기업들이 발붙이기 쉽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신규 홈쇼핑의 초기 자본금을 중기중앙회 · 중소기업청 등 50%,중소기업 컨소시엄 50%로 구성한다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초기 자본금이 1000억~2000억원에 달해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고 결국 정부 예산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게 홈쇼핑 업계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중기 전용 홈쇼핑이 오히려 중소기업들에 역효과를 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기 전용채널이 나오면 기존 홈쇼핑업체들에 중기제품 의무 편성비율(53~55%)을 지키도록 요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홈쇼핑 5사의 중기제품 편성비율은 평균 55.7%(골든타임대 53.7%)이며 2012년까지 6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중기중앙회가 신규 채널이 연 17.8%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 것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이다. 사업초기 투자비와 중기제품만으로 판매방송을 할 때 매출을 감안하면 수익을 내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기제품 전용 백화점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대기업 제품이 더 많아진 행복한세상백화점과 대기업에 매각된 우리홈쇼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