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위기 후 막대한 경기부양 자금을 풀어온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실상 통화긴축 정책에 나서겠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출구전략에 한발짝 더 다가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2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은행 총회 연설에서 "경제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긴급 유동성 공급 조치 중 일부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촉발하지 않도록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트리셰 총재는 "환자가 회복됐으면 투약을 중단하는 게 당연하듯이 은행들에 과거와 같은 수준의 저금리 자금을 공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관련 세부 내용은 다음 달 3일 ECB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ECB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내년 3월1일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은행들이 대출자금을 담보로 신규 발행하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은 2곳 이상의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며 "이 가운데 낮은 등급을 기준으로 ABS 적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발표했다.

ECB의 이번 조치는 ABS 발행 기준을 강화해 결과적으로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