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기업의 설비투자를 지원키로 한 것은 경기회복을 위해 시급한 설비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연초까지 지원하겠다는 1조원에 이어 추가 투자까지 이뤄지면 기업들에는 '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어떻게 이뤄지나

국민연금은 주식 · 채권 · 대체투자 등 투자 부문이 정해져 있다. 대체투자는 주식 · 채권을 제외한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투자를 말한다. 국민연금은 기존 투자 부문을 활용해 설비투자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설비투자펀드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직접투자 방식을 선택했다. 펀드에 들어가면 자산운용의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설비투자'라는 이름표가 붙긴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주식(상환 · 전환우선주 포함)이나 채권 등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되기 때문에 굳이 별도 펀드가 필요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후순위채권 인수나 대출 등도 활용할 예정이다.

기존 투자 부문을 활용하기 때문에 여건만 된다면 투자 규모는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내년 자산 비중을 국내채권 67.8%,국내주식 16.5%,대체투자 6.4%로 가져갈 계획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국민연금 규모가 265조2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 추후에 녹색신성장 동력산업 외에 반도체나 자동차 등에 대한 설비투자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재무구조에 문제가 없고 장기 성장이 예상된다면 모든 업종에 투자할 수 있다"며 "좋은 투자처를 찾는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계획대로 투자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국민연금은 추가 투자까지 가능하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요즘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많지 않아 투자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협상 중인 SK에너지 등의 기업을 찾기까지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협상도 변수다. 기업의 주거래은행 등 채권단은 국민연금의 투자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대 국민연금의 투자를 받으면 해당 기업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직 · 간접적으로 투자받지 않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국민연금 관계자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투자한다는 게 기본 방침인데 국민연금을 꺼리는 금융회사가 많아 협상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의 설비투자 지원 계획이 발표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투자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무리한 투자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국민연금을 관할하는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경영권에 위협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업들도 있는데 이는 '기우'"라며 "지배구조에 간섭하지 않고 되도록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