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만든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 효과를 향상시킨 게 특징이야."

"그렇다면 고객들에게도 그 점을 강조해야 되겠군."

지난달 23일 미국 뉴저지주 해켄색에 있는 공학 특성화 고교 BCTS.'이미지 FX' 프로젝트팀에 속한 학생들이 복도 중앙에 둘러앉아 토론을 하고 있다. 한 학생이 선글라스의 기술적 특징을 설명하자 다른 학생이 마케팅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올해 미국 내 최고 고등학교로 선정한 BCTS에선 이런 토론을 벌이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학생들이 모든 수업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자의 독특한 아이디어나 교사의 제안을 토대로 계획을 세우고 팀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로버트 알로이아 BCTS 교장은 프로젝트 수업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기업이 요구하는 창의성을 길러주려면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BCTS 학생들은 모든 걸 직접 해보면서 기업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을 얻는다"고 말했다. BCTS는 기업 현장과 학교 교육 간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새로 뽑는 교사들 중 일정 수 이상을 기업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들로 채운다.

BCTS 인근 린크로프트 지역에 있는 과학 특성화 고교 HTHS도 교육의 첫째 목표를 기업 적합형 인재 기르기에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 학교의 공학 수업에 들어가자 담당 교사인 찰스 크리스토씨는 자신을 '고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항상 학생들에게 선생님을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선생님이 사고 싶어할 만한 물건을 만들어 보라고 한다"며 "기업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연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3~5명씩 팀을 만들어 스스로 주제를 정해 연구하고 교사는 학생들의 계획을 보고받고 진행 상황과 결과물을 점검하는 역할만 한다. 한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을 넘지 않고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0명이 채 안된다. 교사들은 모든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HTHS는 지역사회의 전문직 종사자들을 학생들과 1대1로 연결한 멘토링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뉴저지(미국)=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