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시장의 가격 기준으로 사용되던 서부텍사스원유(WTI)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8일 WTI 대신 새로운 가격 기준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이 같은 결정으로 다른 생산국들도 가격 기준을 바꿀 수 있고,WTI의 세계 최대 거래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사우디는 대신 내년 1월부터 미국 고객들에게 원유를 팔 때 영국의 유가지수 전문업체인 아거스(Argus)가 만든 아거스 고유황 원유지수(ASCI)를 가격 기준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ASCI는 미국 걸프 해안에서 생산된 마스와 포세이돈 서던그린캐니언 등 고유황 원유의 거래량을 가중평균해 산정되며 올 5월 처음 발표됐다. 아거스 측은 사우디의 결정이 "생산과 거래가 급격히 늘고 있는 미 걸프 해안지역 원유시장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걸프만의 원유 생산은 현재 하루 120만배럴로 내년엔 140만배럴,2013년에는 190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우디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WTI 가격이 세계 원유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사우디와 미국 정유사 사이에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WTI 가격은 실제 공급과 수요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미국 내 WTI 저장고인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재고량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보통 북해산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2달러가량 높게 거래되던 WTI는 지난 1월 가격이 크게 떨어지며 가격 역전현상이 일어났고 격차는 12달러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사우디는 1994년부터 미국에 판매하는 원유에 대한 가격 기준으로 맥그로힐 산하 플랫츠가 책정하는 WTI 가격을 이용해왔다.

이에 대해 NYMEX의 모회사인 CME그룹의 보브 레빈 이사는 "아거스 지수를 따르는 선물거래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