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모터스포츠의 역사를 만들어 갈 때가 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레이스 중 하나로 꼽히는 내구성 경주대회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3차례의 우승컵을 거머쥔 딘도 카펠로(Dindo Capello·45)는 한국을 찾아 이 같이 말했다.

카펠로는 29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우디의 신형 스포츠카 '뉴 R8 5.2 콰트로 FSI' 신차발표회에 참석,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모터스포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시차로 인해 무척 졸리다.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해 달라"며 인사를 건넨 카펠로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차를 타고 시내로 오는 길에 본 멋진 한국 대형차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약 2년만에 한국을 찾은 그는 "전에 왔을 때에 비해 많은 변화가 감지된다"며 "유럽은 대형차들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 한국 자동차시장은 앞서가고 있는 듯하다"는 방한 소감을 전했다.

지난 1982년 모터스포츠에 입문, 1983년 이탈리아 F3 챔피언십 참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프로 레이서 활동을 해 온 카펠로는 2003~2004년과 2008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2005년부터는 아우디 레이싱팀의 공식 드라이버로 활약하고 있다.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프랑스 자동차협회 ACO가 주관하는 경주대회로 매년 6월 중순 프랑스 르망(Le Mans) 주변 도로에서 열린다. 24시간동안 13.629km의 트랙을 '누가 가장 많이 도는가'로 승부를 결정짓는 극한의 내구성 경주대회다.

카펠로는 지난 6월 열린 올해 르망 레이스에 디젤엔진이 탑재된 아우디의 스포츠카 'R15 TDI'를 타고 출전, 3위로 결승점을 통과하며 2년 연속 우승을 놓쳤다.

이유를 묻자 카펠로는 "R15는 지난해 우승한 머신인 R10의 후속모델인 신차로,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 세브링 대회에 첫 출전한 모델"이라며 "핑계로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유럽 기후사정상 많은 연습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주된 초점은 화려한 수상이력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프로 레이서가 말하는 한국 자동차업계와 모터스포츠의 전망으로 옮겨졌다.

196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카펠로는 '유럽인 레이서' 특유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모터스포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름의 '유럽 자랑’을 먼저 펼치기도 했다.

그는 "유럽에는 아우디 외에도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의 여러 슈퍼카 메이커들이 있다"면서 "이들 덕분에 유럽은 아주 오랜 모터스포츠 역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소를 머금은 그의 표정에서는 '거만함'보다는 순수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어 "유럽에서는 레이서를 꿈꾸는 젊은이들 대부분이 고카트(Gocart·레이싱을 위한 배기량 200~300cc급의 1인승 소형차)를 통해 레이싱계에 입문한다"면서 "최고의 레이싱대회인 포뮬러 원(F1) 레이서들의 대다수도 이 같은 단계를 거친다"고 소개했다.

본론으로 돌아가 카펠로는 "레이싱에 있어 전통은 아주 중요하다"면서 "한국에서도 모터스포츠의 역사를 만들어갈 때가 된 것 같다. 한국의 길거리를 누비는 자동차들을 보니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아우디의 '뉴R8'을 가리켜 "레이싱 역사의 시작에 어울리는 차"라고 평하기도 했다. '아우디 소속 드라이버'다운 모습이랄까.

이에 이날 출시된 뉴R8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카펠로는 "뉴R8은 디자인과 성능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차"라면서 "처음 운전했을 때 아우디 특유의 유전인자(DNA)를 갖고 있다고 느꼈다. 포르쉐, 페라리 등 다른 차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 차는 처음부터 운전하기 쉬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우디코리아는 뉴 R8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3일간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에서 서킷 주행을 경험할 수 있는 '아우디 스포츠카 익스피리언스'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서 카펠로는 독일 아우디 본사에서 파견된 교관들과 함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레이싱 교육과 각종 고난이도 주행법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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