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정 주부가 각자의 집에서 일할 때 국내총생산(GDP)은 늘어나지 않지만 상대방의 집에 가서 돈을 받고 일을 하면 GDP는 증가한다. 땅 속의 석유를 파서 제품을 만들면 GDP는 늘지만 지하자원이 감소된 부분은 반영되지 않는다.

27일부터 3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3차 OECD 세계포럼'은 이같이 GDP가 담지 못하는 여러 가지 경제사회 양상들을 담기 위한 새로운 통계 지표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 포럼은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1974년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실질임금은 2배로 증가했지만 행복수준은 변하지 않았다"('이스털린 역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이후 GDP의 성장이 곧 인류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확산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번에는 103개국 2000여명의 국내외 경제학자와 통계 전문가들이 모여들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문제는 이번 포럼을 통해 인간의 행복과 만족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얼마나 객관화할 수 있느냐다. 정확성과 합리성을 기초로 하는 지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만족도와 가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이런 지표를 당장 개발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윤곽을 잡은 뒤 사회 부문별로 객관적인 측정 방법을 차례대로 개발해 나간다는 것이 각 OECD 회원국들의 전략이다.

이번 포럼의 하이라이트는 28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기조연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프랑스에서 '경제성취와 사회진보 측정위원회'를 주도적으로 만들었으며 최근 펴낸 보고서 초안을 통해 "정부의 공공정책이 경제적 생산보다 사회의 안녕과 행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건강,교육,정치참여,경제적인 안정,불평등 수준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의를 주관한 이인실 통계청장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한국이 새로운 지표 개발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