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과 같이 승인제가 적용되는 홈쇼핑 채널 분야에서도 중소기업 제품 전용 채널에 대한 승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홈쇼핑 채널의 태동과 성장을 지켜봐 온 필자로서는 신규 홈쇼핑사업자 도입 추진과정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우려가 앞선다. 더구나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내놓은 TV홈쇼핑 채널 제도화방안 보고서에서 홈쇼핑시장이 이미 포화돼 신규 중기제품 전용 채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있는 상태라 더욱 그렇다.

중기제품 전용 홈쇼핑채널 도입 논리는 기존 홈쇼핑의 높은 진입 문턱,고율의 판매수수료,높은 송출 대가를 받는 케이블방송,다른 유통업태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 등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주주로 출자하고 중기제품만을 취급하는 홈쇼핑채널을 만들어 케이블방송을 통해 의무 송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하지만 방송산업과 홈쇼핑산업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논리의 균형성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기제품의 판로지원은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하지만,홈쇼핑채널 설립목적인 방송산업 발전,유통산업 구조 고도화,소비자 권익 증진 등의 가치도 중요하다. 모든 산업이 동전의 양면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듯이 홈쇼핑에서도 역기능만 거론할 게 아니라 국내 산업에 끼친 순기능을 함께 언급해야 한다.

첫째,홈쇼핑사업자가 케이블방송에 지불하는 송출 수수료는 시청자가 커피전문점의 커피 한 잔 값 정도의 저렴한 이용료로 한 달 동안 케이블방송을 시청하고,케이블방송의 빠른 디지털 전환 및 디지털TV의 구매 확산을 통한 가전사의 해외시장 개척에 기여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둘째,홈쇼핑사업자들은 매년 방송영업이익의 12%인 약 300억원에 이르는 방송발전기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납부하고,이는 우수 다큐멘터리,교육 프로그램 등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에 사용됨으로써 국내 콘텐츠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

셋째,밀폐용기 스팀청소기 음식물처리기 비비크림 등 중소기업의 수많은 제품들이 홈쇼핑채널을 통해 히트했고 현재는 해외수출 문턱을 넘고 있어 중소기업 발전에 기여한 점이 크다.

넷째,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홈쇼핑사업자의 평균 수수료율은 백화점과 유사하거나 낮다. 이러한 수수료 중 상당 부분이 송출 수수료,방송발전기금,사회공헌기금에 사용돼 방송산업 하부구조를 건실하게 하고 있다. 국내 1,2위 홈쇼핑사업자의 판매총액 중 각종 제비용을 제외한 순수 영업이익률은 4%대이다. 이는 백화점 8.3%,대형마트 6.3%의 절반 수준이다. 또 이익구조의 약 60%가 보험상품 판매에서 창출되고 있어 일반상품 판매에서 발생하는 이익구조는 취약한 상태이다.

국내 홈쇼핑산업은 15년여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와 사업자간 자유경쟁을 병행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2002년 3개 사업자 추가 승인 이후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9%대로 주춤해 최근 홈쇼핑사업자들은 인터넷 쇼핑이나 중국,대만,미국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 산업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중기제품 전용 홈쇼핑채널 도입 논의가 사회적 강자와 약자,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 속에서 진행돼서는 안된다. 홈쇼핑산업의 올바른 평가,중소기업 제품의 혼란스러운 정의,방송 시장에 대한 이해,중기제품 전용 홈쇼핑채널이 정말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앞서야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최성진 < 서울산업대 교수·매체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