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의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분할밖엔 방법이 없다. "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은 15일 미 외교관계위원회 연설에서 "대형 은행들은 정부가 언제든 망하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라 믿고 있다"며 "이들은 정부의 각종 혜택에 힘입어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곧 암묵적인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인위적 방법으로라도 몸집 줄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은 "일각에선 대형 은행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거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대형 은행의 독식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1911년 스탠더드 오일(1870년 록펠러가 설립한 독점 석유회사)을 분리했을 때 떨어져 나온 각 기업들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했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린스펀은 "과거에는 대형 은행을 망하게 놓아둘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국유화되고 베어스턴스와 AIG가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이 같은 인식이 깨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은행이 망하기에 너무 크다면 이는 몸집이 지나치게 크다는 뜻"이라며 "더 이상 정부 도움에 의존해 은행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금융시스템에 위험 요인을 보태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달러화 가치 하락은 과도하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면서도 "약달러로 미국의 국채발행 능력이 떨어지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더욱 심각해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