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장 공략 성공DNA '현지화'에 있었다
시장을 선점(두산인프라코어,한국타이어)하거나,노하우를 사들여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극복(에이블C&C )하거나,진출 초기에 실패로 판단되자 과감히 사업포트폴리오를 바꾸거나(매일유업 · CJ제일제당)….

한국무역협회가 중국 내수 시장을 석권한 22개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분석했다. 12억 인구를 사로잡은 이들 기업이 들려 주는 비법은 무엇일까. 열린 시각으로 중국을 존중하고,실패를 거울 삼아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아직도 블루오션은 있다는 게 무역협회의 조언이다.

◆시장 선점,안되면 경험을 사라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 7년째 1위를 달리고 있다. 1996년 대우중공업 시절에 진출,현지인이 운영하는 대리점 37개를 주요 거점별로 세우는 등 그동안 쌓은 탄탄한 기반이 원동력이다. 일찌감치 시장에 침을 발라놔 성공한 케이스다.

한국타이어도 두산인프라코어처럼 선점 효과를 톡톡히 보는 기업이다. 1999년 장쑤성과 저장성에 공장을 짓는 등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발빠르게 중국에 진출,내수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약 20%에 달한다.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마찬가지다. 2004년 진출 당시,중국엔 임플란트 시술 자체가 없었다. 선진 기술인 만큼 자만에 빠질 만도 했지만 매년 현지 치과 의사들을 한국에 대거 초청,시술 교육을 해 주는 등 공을 들인 끝에 연착륙에 성공했다.

늦었다고 후회할 필요는 없다. '노하우'를 사면 된다. 화장품 '미샤'로 중화권을 휩쓸고 있는 에이블C&C는 중국 진출은 늦었지만 10여년의 현지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지사장을 영입해 시장에 안착했다.

◆중국을 존중하라

12억 인구의 거대 내수 시장이 때로는 기업을 망하게 하는 진흙탕일 수도 있다.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중국을 무시하는 태도가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고 말했다. 의류업체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중국을 존중함으로써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2003년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터졌을 당시 한국 기업인들이 피하기 바빴지만 보끄레의 직원들은 사고의 진원지까지 찾아가 봉사 활동을 펼쳤다. 작년 쓰촨 대지진 때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보다 많은 성금을 지원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매일유업은 초기 실패를 성공의 자양분으로 삼은 대표적인 사례다. 1981년 사우디아라비아에 '맘마밀'을 수출할 정도로 해외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인 터라 중국 진출 초기만 해도 성공이 눈에 잡힐 듯했다. 하지만 곧 시장은 각축전으로 변했다. 정체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자 매일유업은 2007년 과감히 포트폴리오를 조정,경쟁력이 약한 이유식 분야를 정리하고 분유도 한국에서 파는 것 이상의 고급 제품으로 바꿨다. 때마침 작년 분유 파동이 터져 매일유업은 승승장구 중이다.

CJ제일제당 역시 재기에 성공을 거뒀다. 1995년에 진출,2002년 '다시다'를 현지에서 생산했지만 중국의 입맛은 한국과 달랐다. 악전고투 끝에 '이곳은 한국이 아니다'는 평범한 결론 속에서 성공 DNA를 찾아냈다. 중국인들이 닭고기 육수를 좋아한다고 판단,2006년 11월 소고기 다시다를 대체할 닭고기 다시다를 내놔 인기를 끌고 있다.

◆기술력은 기본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글로벌 기업 중 중국에 깃발을 꽂지 않는 업체가 없다. 안성환 만도 베이징법인 총경리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술력이 기본중의 기본"이라며 "여기에 인적,물적,시스템 현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도는 중국에서 번 돈의 5%를 R&D(연구 · 개발)에 쏟으며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농종묘도 당근,무,배추 등 한국의 토양에서 자란 종자를 중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해 8000여 개 기업이 경쟁하는 중국의 '종자 전쟁'에서 수위를 점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