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수가 8명에 불과한 국내 중소기업이 햄 어묵 등 가공식품을 고속으로 포장할 수 있는 자동성형포장 시스템(사진)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자동포장기 전문업체인 코마스(대표 최포인)는 최근 정밀 실링(진공포장) 기술을 활용해 포장 불량률이 거의 없는 식품가공용 자동성형포장기를 자체 개발,국내외 식품업체에 본격 공급키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식품류 플라스틱 진공포장 시스템은 독일의 멀티박이 지난 40여년간 전 세계 시장의 98%가량을 장악해왔다. 1972년 설립된 멀티박은 자동성형포장기로 연간 1조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전 세계 100여개 국에 자동성형포장기를 공급하고 있다.

코마스는 이 멀티박 제품을 사용하는 국내 식품업체들에 25년간 소모부품을 납품하면서 제작기술을 축적,이 같은 결실을 맺었다. 직원 가운데 4명이 모두 평균 20년 이상의 부품 설계 및 금형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포인 대표는 "진공 제어밸브 등 핵심부품을 포함해 1800개에 달하는 포장기 부품 일체에 대해 설계부터 제작,애프터서비스까지 맡아오면서 생산기술을 100% 확보하게 됐다"며 "자동포장성형기 완제품 상용화는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진공제어밸브와 플라스틱 필름 조임장치(포장 직전 용기 크기에 맞춰 씌워주는 장비) 등 두 건의 기술에 대해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자동성형포장기는 햄이나 어묵,맛살,치즈 등이 변질되지 않도록 공기를 빼낸 플라스틱 포장지로 식품을 압착 · 성형포장해주는 장비다. 1분당 12사이클(한번 기계작동으로 포장성형작업을 수행하는 양)의 고속 포장능력을 갖췄다. 이는 멀티박 제품과 같은 수준이다.

자동성형포장기는 그동안 여러 업체가 국산화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고도의 위생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식품포장 장비의 특성상 고속 포장작업을 하면서 진공도와 커팅(포장지 주변을 부드럽게 잘라내는 공정) 상태의 불량률을 제로에 가깝게 제어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멀티박 등 10여개 업체만 이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필름 조임장치의 경우 위치변경과 조임 공정을 동시에 축선상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구조를 단순화시켜 제작비용을 크게 줄였다. 이를 통해 멀티박 제품과 성능은 같으면서도 가격은 절반 수준까지 끌어내렸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대당 가격은 1억1000만~1억3000만원.

최 대표는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은 핵심 부품이 정상 작동하는지를 체크하는 자동이상감지 및 경보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며 "앞으로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독일 멀티박과 한판 승부를 겨루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유럽 및 남미 시장개척단을 다녀온 이후 네덜란드와 칠레 등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100여대가량의 주문 의향서가 들어와 견적서를 발송한 상태"라며 "올해 30대,내년엔 최소 50대 이상을 국내외 업체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