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시장 세계 1등, 우리가 해낼 겁니다. "

지난 18일 강원도 동해시 송정동에 있는 LS전선 해저케이블 생산라인에서 만난 손종호 사장은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세계에서 네 번째,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해저케이블을 만들게 된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해저케이블은 '전선기술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바닷속 깊은 곳에 묻혀 전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충격에 강하고 녹 스는 일도 없어야 한다.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조5000억원가량.매년 20% 안팎 성장을 하고 있지만 프랑스 넥상스, 이탈리아 프리즈미안과 같은 유럽회사들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다.

LS전선은 올초 약 3300억원규모의 진도~제주간 사업을 처음으로 따내며 해저케이블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진도와 제주 사이 바다 밑에 122㎞(해저 105㎞ · 지상 17㎞)에 달하는 전선을 깔아 전력을 공급하는 일을 맡게 됐다.

이 회사가 해저케이블 사업에 나선 것은 4년 전.기술이 없어 시험설비를 가동하다 불이 나는 바람에 시험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4월 LS전선은 동해항 인근 24만8000㎡ 부지에 1800억원을 투자해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고 설비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사다리꼴 모양의 구리선 수십가닥을 꼬는 LS전선만의 기술도 적용했다. 뭉쳐진 구리선에 납과 절연체 등을 입힌 해저케이블의 직경은 약 10.3㎝.한 번에 55㎞짜리 전선을 만들고, 이를 105㎞로 이어 바닷속에 설치할 예정이다. 동해공장 생산라인의 한 직원은 "우리 기술을 사용해 우리나라 최초로 해저케이블을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이 105㎞의 해저케이블을 만드는 것도 큰일이지만 케이블을 남해까지 운송하는 것도 과제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을 운반하기 위해 전선을 감는 지름 25m 크기의 턴테이블을 만들었다. 다 만들어진 해저케이블은 수천t의 무게도 견딜 수 있는 특수선박을 이용해 동해항을 떠나 진주와 제주간 바다에 설치될 예정이다.

손 사장은 "조선사업 등만 세계 1위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 중국, 인도 등 브릭스(BRICs) 지역 기업에 대한 기업 인수 · 합병(M&A) 등을 검토해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동해=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