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기업이니까…지켜봐 달라." 박용만 ㈜두산 회장은 체코의 발전설비 생산업체인 스코다 파워 인수와 관련,최근 본지 기자에게 "현재 딜을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터빈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스코다 파워가 그만큼 두산에 절실한 회사라는 얘기였다. 두산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자마자 이 회사 인수를 서두른 이유다.

GE,지멘스와 어깨 나란히

스코다 파워는 증기터빈과 열교환기 등 발전설비를 생산하는 체코 업체다. 1859년 설립돼 1904년 최초로 스팀터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보일러에서 나오는 증기를 회전력으로 바꾸는 터빈의 설계 및 제조와 관련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스코다 파워 인수를 통해 보일러-터빈-제너레이터로 이어지는 '풀 라인업'을 구축,국내외에서 수행하는 발전설비 공사에서 그동안 외국 업체에 의존해왔던 터빈을 자체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두산은 유럽 및 미주 발전 시장 공략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50㎐ 스팀터빈' 시장 진출이 가능해져서다. 유럽 미국 등 대규모 발전 시장은 원천기술 없이는 진입이 불가능하다. 발전 부문에서 GE 지멘스 알스톰 도시바 등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 터빈 분야에서만 매출 2조6000억원을 달성,세계 시장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은 "스코다 파워와 두산중공업 양사가 향후 일궈낼 매출 시너지 효과는 2020년 기준으로 연간 5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밥캣 부담 털고 해외 M&A 재시동

두산은 당초 올 상반기 내에 스코다 파워 인수를 마무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부담 탓에 인수 시기를 미뤄왔다. 2007년 51억달러에 인수한 밥캣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실적이 악화돼 그룹 전체 유동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떨쳐내기 위해 지난 6월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방위산업 업체인 두산DST를 비롯해 병뚜껑 제조업체인 삼화왕관 사업부문,KFC와 버거킹을 운영하는 SRS코리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20.54%) 등을 총 7808억원에 매각키로 한 것.두산 관계자는 "밥캣 증자를 위한 자금 지원 등을 감안하더라도 그룹 차원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1조원대에 달해 재무구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스코다 파워 인수자금은 두산중공업 및 해외 자회사의 자체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절반가량을 국내외 은행으로부터 적정 비율로 차입하기로 했다.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차입금 규모는 스코다 파워 등 해외 자회사들이 창출하게 될 이익과 배당금만으로 상환이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인수에 따른 재무적 부담은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스코다 파워에 이어 2~3개의 해외 기업을 추가 인수하기 위해 다각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