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증가율 올해 -1.5%, 내년 3.5%"

아시아 각국의 경기 회복세가 서구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전문가 진단과 각종 전망치를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6.5%에서 6월 7.2%로 수정하는 등 아시아 주요국의 경제성장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서 이 지역 경기가 일시적인 회복 후 침체를 보이는 'W자형'이 아니라 'V자형'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

FT가 인용한 경제전망 조사기관 '컨센서스 이코노믹스'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해 -1.5%에서 내년 3.5%, 중국은 8.3%에서 9.3%, 일본은 -6.1%에서 1.3%, 인도는 6.2%에서 7.2% 등으로 모두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이종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지역의 급속한 경기회복세가 지난 1997~9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던 때와 유사하다면서 "아직 확실하게 회복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V자형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ADB는 올해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을 3.4%로 전망했지만 이달 중 나오는 전망치에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6~7%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아시아 신흥국 연구책임자인 피터 레드워드는 아시아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는 데 몇 가지 이유가 있다면서 대규모 재고 비축, 복잡한 파생상품의 비중이 적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을 실어주는 높은 저축률 등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단기적으로 서구의 수출 수요 감소와 성급한 출구전략 구사가 아시아 경기회복에 저해 요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주요 20개국(G20)이 경기부양 의지를 보여주는 상황에서 그 같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출구전략을 구사하더라도 현재 아시아 각국의 이자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구의 수요가 약화한 상황에서도 아시아 지역의 경제가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HSBC의 프레데릭 노이만 아시아담당 수석연구원은 아시아에서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이 서구보다 강하다면서 "금융위기가 서구의 일이며 아시아는 성장을 구가하던 시절로 재빨리 돌아갈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컨센서스 이코노믹스는 아시아 각국의 경기를 예보 형식으로 나타내면서 한국은 현재 '성장에 먹구름이 끼어 있고, 맑은 하늘은 보이지만 문제는 지속되는' 날씨로 진단했다.

또 일본은 '여전히 폭우가 쏟아지고 질풍이 불 수 있는' 상황, 중국은 '전망이 급속히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여름은 아닌' 상황으로 묘사했다.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